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카드정보 유출, 해외에서 더 분통 터뜨린다
-해외 주재원ㆍ연수자ㆍ유학생들 국내보다 더 좌불안석



[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지난해에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연수를 간 김모(37) 씨는 한달 전 유럽 여행 기차표를 예매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에 와서 만든 아메리카은행(BOA)카드가 번번히 ‘비자 인증(Verified by Visa)’이라는 보안 시스템에 가입되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뜨면서 결제가 안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결국 한국에서 쓰던 KB국민카드로 예매를 할 수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는 국내 카드사들의 보안 시스템이 미국보다 한 수 위라고 믿었다.

그런데 엊그제 인터넷에서 국내에서 대규모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터졌다는 뉴스를 접한 후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부랴부랴 전화를 돌려 카드는 정지시켰지만, 더 이상 미국에서 KB국민카드를 쓰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주재원으로 가족과 함께 버지니아주 비엔나에 나가 있는 정모(47) 씨는 이번에 정보가 유출된 금융회사에 있는 통장번호를 바꾸려 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해 망연자실한 상태다.

금융권의 대규모 개인정보유출 사건으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해외 거주자들의 피해도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이들의 피해는 국내 피해자들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재발급된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데다 일부는 통장번호를 바꾸는 것 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유학생이나 장ㆍ단기 연수 또는 사업상 목적으로 해외에 나가 있는 사람들은 정보가 유출된 금융회사의 카드 결제계좌의 정지나 해지, 재발급까지는 가능하다. 그러나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해외 주소지로 카드를 받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 실제로 새로 발급된 카드의 사용이 불가능하다. 정보가 유출된 금융회사에서 카드를 해외로 보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체국 국제특급우편 서비스에도 신용카드는 금지 품목으로 돼 있다. 개인이 보내는 경우 분실 위험이나 통관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현지에서 한국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던 사람들은 당장 불편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에서 사회보장번호(SSN)가 없어 체크카드나 국내 신용카드를 쓰고 있는 F1 비자 신분의 적잖은 유학생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정보가 유출된 금융회사의 통장번호를 바꾸려면 직계가족이 대리인으로 직접 은행에 가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내야 하기 때문에 가족 전체가 미국으로 가 있는 정 씨와 같은 경우 이렇다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 국내에 대리인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안전하게 재발급된 카드를 쓰거나 통장번호를 바꾸려면 비행기를 타고 일시 귀국해야 하는 엄청난(?)부담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메릴랜드주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44)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올 겨울에 한국에 나가서 카드를 새로 만들고 들어왔는 데 이번에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며 “당장 재발급된 카드를 사용하거나 통장번호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2차 피해까지 발생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에겐 이번에 해당 금융회사들이 내놓은 보상책(일정기간 동안 결제 내역에 대한 무료 휴대전화 문자서비스)도 ‘무용지물’이라는 점이다.

대부분 유심칩을 바꾸어 현지 통신사의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어 국내에서 보내는 문자메시지를 수신할 수 없어 정보가 유출된 국내 금융회사들이 발표한 쥐꼬리 만한 보상책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KB국민은행 고객센터 직원은 “해외에 있는 고객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는 데 이들을 위한 별도의 대책이 내려온 건 아직까지 없다”며 “(우리가)재발급된 카드를 보내주지는 않는다. 어쩔 수 없지만 안전하게 수령하려면 불편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국내에 들어와서 받아가는 게 좋다”고 했다.

sr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