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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SH공사 임원에 정치인 낙하산 ‘압박’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서울시가 산하기관인 SH공사의 임원직에 민주당 출신 정치권 인사를 임명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정치인은 SH공사의 주 업무인 주택 및 건설 관련 경력이 전무한 인물로 전해졌다.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산하기관에 대한 서울시의 낙하산 인사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고위관계자는 지난 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산하기관 부채감축 대책회의에서 이종수 SH공사 사장을 따로 불러 공석인 기획경영본부장에 특정 인사를 임명하도록 최종 통보했다. 서울시가 지명한 인사는 민주당 출신 정치인 A씨로 알려졌다.

기획경영본부장은 SH공사 살림을 총괄하는 자리로, 창사 25년 이래 단 한번도 외부 인사로 채워진 적이 없다. SH공사는 이번에도 내부 직원을 승진 발탁하기로 했지만, 서울시가 수차례 특정 인사를 요구하면서 19일째 공석이다.

기획경영본부장을 노리고 있는 A씨는 정당활동 이외에 SH공사와 관련된 경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문가를 찍어 내리는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이다. 다른 산하기관 관계자는 “시의 요구는 사실상 압박”이라고 단정했다.

SH공사 노동조합은 발끈했다. SH공사 내 본부장 6곳 중 내부 몫은 기획경영본부장을 포함해 3곳에 불과한데, 서울시가 기획경영본부장마저 낙하산 인사로 채우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선호 노조위원장은 “내부 직원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면서 “서울시에서 낙하산 인사를 강행할 경우 출근 저지 투쟁 등 파업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부적절한 인사 남용은 이번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SH공사 사외이사에 SH공사 원도급업체(협동원 건축사무소)의 대표인 이민아 씨를 임명했다. 이 씨는 SH공사가 택지개발한 고덕ㆍ강일지구의 건축 설계를 맡아 SH공사와 이해상충의 관계에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원도급업체의 대표를 사외이사로 두는 경우가 어딨느냐”고 꼬집었다. SH공사 노조는 이 씨에게 ‘향후 SH공사의 설계 공고시 단독 입찰은 물론 공동 입찰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내겠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SH공사가 갖고 있는 우면산인프라웨이 대표이사 임면권도 박탈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다. 우면산인프라웨이는 SH공사,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 등이 참여한 우면산터널 민간사업자로, 대표이사는 SH공사가 임명하도록 계약했다.

서울시는 그러나 우면산터널 재구조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SH공사의 임면권을 회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SH공사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면서 이종수 사장을 철저한 검증을 통해 뽑아놨지만 결국 허수아비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경영 간섭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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