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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서울의 나무, 이야기를 새기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서울의 한복판 종로의 조계사 앞마당에는 거대한 회화나무가 자라고 있다. 회화나무는 은행나무, 느티나무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장수목으로 삼국사기(三國史記) 열전 7권에 “신라 진평왕 때의 장수 해론(奚論)이 백제의 침공으로 성이 함락되자 회화나무에 머리를 부딪쳐 죽었다”는 기록이 나올 정도로 오랫동안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해온 나무다. 서울 명륜동 문묘의 은행나무는 수령이 400년으로 추정되는 노거수로 오랫동안 유생들과 함께 성균관을 지켜왔다. 이렇듯 역사가 오래된 도시 곳곳엔 어김없이 노거수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나무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문화재인 셈이다.

‘서울의 나무, 이야기를 새기다(을유문화사)’는 조선시대부터 수도로서 오늘날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로 역할을 해오고 있는 서울의 역사 노거수를 통해 재조명한다.

이 책은 △선비가 좋아하는 나무 △전설 속에서 자라는 나무 △산을 지키는 산신령 같은 나무 △마을의 이웃 같은 나무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나무 등 다섯 장에서 걸쳐 신촌 봉원사의 참죽나무, 창경궁의 매화나무, 경복궁의 돌배나무 등 44개 노거수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마로니에공원에는 마로니에가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마로니에로 알고 있는 나무가 사실 일본에서 건너 온 칠엽수란 흥미로운 사실을 비롯해 아카시아도 사실 아까시나무라 불러야 하며 진짜 아카시아는 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수종이라 우리나라에선 잘 살기 어렵다는 사실 등을 알게 된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고전문헌들이 나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급되는 고전문헌 또한 박지원의 ‘열하일기’, 홍만선의 ‘산림경제’ 강희안의 ‘양화소록’ 등 국내문헌을 비롯해 한시와 당시, 송의 가사 등을 망라한다.

저자인 오병훈 한국수생식물연구소 대표는 머리말을 통해 “나무는 경제적 가치 이전에 우리에게 자연의 미학을 일깨워 정신을 풍요롭게 한다”며 “오래된 나무는 살아온 세월만큼 수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기에 문화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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