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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박일한> 공기업 불신 키우는 코레일 부채감축 계획
공공기관 경영정보가 공개돼 있는 ‘알리오’에서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2005~2006년 5000억~6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내던 회사가 2007년 갑자기 1조3000억원이라는 순이익을 기록한다. 이후 2011년까지 매년 수천억원의 순이익을 낸다. 그런데 이 회사는 2008년 이후 영업수지 부문에서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코레일이 2011년까지 안정적인 외형의 비결은 국내 사상 최대 개발사업으로 추진됐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이익을 미리 재무제표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용산개발사업이 일정대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2012년 코레일은 갑자기 2조8000억원이라는 순손실을 신고한다. 2013년에도 손실은 계속되고, 2012년 244%이던 부채비율은 갑자기 446%까지 뛴다.
또한 코레일은 올해 503%까지 높이질 것으로 예상되는 부채비율이 내년엔 254%로 떨어질 것이라고 정부에 보고했다. 자본금이 3조6000여억원에서 7조원 가까이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용산 철도기지창부지 가치를 4조5000억원으로 재평가해 재무제표에 미리 반영하면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땅은 여전히 코레일과 용산개발을 함께 추진했던 민간출자사 모임인 드림허브 소유로 돼 있다는 사실이다. 민간출자사들은 용산개발사업 무산의 책임을 가려 손해를 만회하려고 최대 5조원 규모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코레일은 드림허브를 상대로 이 땅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당장 시작하면 1년6개월 정도면 1심이 끝나고, 자산재평가가 가능하다고 본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정말로 수조원 단위의 소송을 1년6개월 안에 끝낼 수 있을까. 1심 후 코레일이 100% 승소한다고 해도 아직 대법원까지 최종 판결이 안 된 땅을 재평가해 코레일 자산에 포함시키는 게 실현 가능한 일일까. 코레일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법조인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내년까지 획기적으로 부채를 줄이겠다는 의도는 알겠다. 하지만 과거처럼 진짜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겉모습만 치장하려는 것 아닌가. 이런 계획은 오히려 공기업 불신만 더 키울 뿐이다.

박일한 소비자경제부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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