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월요광장 - 권대봉> 교육 비정상의 정상화
진로와 연계된 자유학기제
산업계 니즈 반영한 NCS
시스템 뒷받침된 평생학습체제
교육혁명 그랜드 디자인 필요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했다. 천하에 도가 있을 때는 세상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만, 도가 없을 때는 세상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내용이 맹자(孟子)의 이루장구(離婁章句) 상(上)편에 있다. “천하에 도가 있을 때는 소덕이 대덕에게 사역을 당하고 소현이 대현에게 사역을 당하나(天下有道 小德役大德 小賢役大賢), 천하에 도가 없을 때는 소인이 대인에게 사역을 당하고 약자가 강자에게 사역을 당한다(天下無道 小役大 弱役强), 이 두 가지는 하늘의 이치라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자는 존재하고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斯二者 天也 順天者存 逆天者亡).”

박근혜정부의 교육공약은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모처럼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핵심 정책수단은 자유학기제,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NCS), 그리고 평생학습체제 구축이다. 비정상의 정상화 관점에서 보면 자유학기제는 학교교육의 정상화, NCS는 인력양성의 정상화, 평생학습체제는 인력활용의 정상화를 위해 각각 요구되는 정책수단이다. 수단은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단만을 너무 강조하고 있다.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쳐다보는 형국이다.

자유학기제가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기능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과 입시제도의 개편이 필수적이다. 학생들의 꿈과 끼의 색깔이 서로 다른데, 현행 교육과정과 입시제도는 하나의 색깔만 갖도록 요구하고 있다. 교과 이기주의가 과도한 지식중심 교육과정으로는 창의력도 길러내기 어렵고, 학교의 교육정상화도 어려우며, 나아가 꿈과 끼를 살리기는 더욱 어렵다. 교육과정을 역량중심으로 바꾸고 평가도 역량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대안이다.

자유학기제는 진로와 연계돼야 하고, 학교교육과 진로교육이 통합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이 바뀌어야 한다. 교육과정 편성이 역량중심으로 바뀌는 것을 넘어 운영까지도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교사 스스로가 창의적인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교사 양성과 재교육 시스템이 역량중심으로 탈바꿈돼야 한다.

NCS는 산업계를 주도하는 인력양성체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야만 노동시장에서도 역량중심으로 인사관리체제를 만들어갈 수 있다. NCS는 대한민국의 교육과 노동시장 전반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산업계와 교육계가 NCS를 토대로 인력 양성과 활용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지 않으면 NCS 개발에 들어가는 노력만큼 그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NCS는 산업계의 니즈를 정확하게 반영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호주는 각 산업계가 훈련 패키지를 포함한 NCS를 직접 만드는 데 비해, 한국은 정부기관이 만들어 주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NCS를 만들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학습 모듈을 만들어 주는데, 혹여 산업계의 니즈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 NCS를 만들면 제대로 된 학습 모듈을 만들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정부는 산업계가 주도적으로 NCS 개발과 활용에 참여하지 않아 실패한 외국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NCS 관련 제도를 산업계와 함께 바꾸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진정한 평생학습체제가 구축되려면 학습자가 NCS의 전문역량과 사회적 역량을 함께 기를 수 있어야 하고, 근로자가 노동시장에서 능력개발을 계속할 수 있는 계속교육시스템이 지원돼야 한다. 형식교육이 아닌 비형식학습과 무형식학습도 평가되고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는 것은 나라의 도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나라의 도를 바로 세우려면 교육의 비정상부터 정상으로 바꾸어야 한다. 교육정상화라는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자는 살아남고 거스르는 자는 망하는 교육혁명의 그랜드 디자인이 필요하다.

권대봉 고려대 교수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