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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구대 암각화 대책 ‘장기 공전' 가능성
[헤럴드경제=박은혜 기자] ‘한국의 알타미라 벽화’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대책이 장기 공전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문화재위원회가 지난 16일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보호하기 위한 가변형 물막이댐 조성 방안에 대해 심의를 보류한 이후, 이 방안의 1차관문인 안전한 ‘가변형 투명 물막이' 설치 방법론조차 만만치 않은데다, 2차관문으로 언제쯤에나 영구적 대안이 나와 가변형 물막이 철거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도 뚜렸지 않기 때문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1970년12월 동국대 학술조사단 문명대 교수팀에 의해 발굴됐지만, 문화재 보존에 대한 민관의 공감대가 충분치 못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24년이 지나서야 국보285호로 지정됐다.

생성 시기가 신석기 시대로 추정되는 만큼 ‘희귀한 벽화가 있더라’는 얘기가 주민들의 인구에 회자될 만도 하지만, 전문가인 문교수팀의 발굴 이전인 1965년에 이미 울산시민 식수 및 울산공단 공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사연댐이 건설돼 물에 잠기는 바람에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못한 채,침수와 노출이 반복됐다.

물이 차면 잠기고 갈수기엔 노출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훼손이 가속화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라 보존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가변형 유리 물막이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위원회의 주문은 가변형 투명물막이는 한시적인 시설물이어야 하므로 한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과 안전성 및 시공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전 검증 계획을 제출할 것 등이다. ‘가변형’이라는 말은 충분한 대안이 마련되는 때에 완벽히 제거할수 있는 것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위원회의 결정을 뜯어보면 가변형 물막이 운명이 그리 녹록치 않아보인다.

우선 설치 및 해체 공사 방법론상의 문제이다. 물이 들었다 빠졌다 하면, 늘 노출돼 있는 것 보다 훼손 멸실 우려가 훨씬 커지기 때문에 국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물이 들지 않게 하려면 매우 정밀한 공법이 요구된다. 주지하다시피, 바위는 비정형적이고, 부착력이 떨어지는데다 갈라진 틈새가 많아 화학물질을 이용하거나 건설장비를 암벽에 사용하는 과정에서 벽화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당초 계획보다 물막이댐의 규모를 키워, 그림을 중심으로 좌우 80m 크기로 만든다고 해도, 풍화암 굴삭, 토사제거 등 지지대 설치 기반공사 과정에서 암석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고, 암각화와 이어진 암석 곳곳에 균열과 함께 10~15m에 이르는 거대 절리(節理)가 있기 때문에 물샐틈 없는 물막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빗물을 퍼내는 방법도 난제가 아닐수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설사 어느정도 성공적으로 작업했더라도 해체과정에서 또 다시 충격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시적’이라는 말 속엔 울산시민 식수원과 공업용수 공급을 위한 새로운 대안도 미리 준비되어야 한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암각화가 잠기지 않고 어떤 경우에도 대기중에 노출될 수 있도록 물막이댐의 저수율을 낮추거나, 울산지역 급수원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다. 물막이댐의 설치 및 해체공사가 어렵다지만, 이 문제는 더 어렵다.

인구 120만에 전국 최고의 1인당 생산 기록을 갖고 있는 울산은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사연댐과 대곡댐에 식수와 용수를 의존하지만 수자원공사에 막대한 물값을 내는 상황이다. 사연댐의 저수율이 낮아지게 되면, 울산 물 공급용 댐을 하나 더 만들거나, 다른 광역단체의 양보가 필요하다. 이미 2~3차례 영남지역 광역단체들이 ‘물 전쟁'을 치른터라, 정치권이 특정 광역단체 주민의 반감을 우려해 대책마련에 미온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물 공급 대안이 마련되어야만 물막이댐을 다시 철거할수 있고, 비로소 ‘한시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가변형'이라는 사업 명칭을 충족시킬수 있다.

한편 ‘석기 시대의 박물관’으로 불리는 알타미라 동굴 벽화는 스페인 북부 칸타브리아 지방에 있는 작은 산촌, 산티야나 델 마르 마을에 있는데, 이 나라 변호사이자 고미술품 수집가인 마르셀리노 산스 데 사우투올라가 1879년 딸 마리아와 함께 동굴을 살피다가 발견했고, 이듬해 고고학 대회에서 이 사실을 알린후 통제구역이 됐다. 미리 허락을 받아야만 벽화를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grace@heraldcorp.com



▶오래전 촬영된 암각화 모습. 음영을 잘 이용해 촬영했기 때문에 그림의 형체가 비교적 선명하다.

▶최근 갈수기에 노출됐을때의 모습. 물에 잠겼다 나왔다 반복하면서 퇴색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변형 투명 물막이댐의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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