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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상임금 후폭풍, 우리 사회가 묻다
본지 · 법무법인 원 공동주최 ‘대법원 판결이후…’ 설명회
‘혼돈의 사회상’ 축소판
새 임금체계 마련 화두
노사 양보 등 과제 거론


“우리 회사는 짝수월에만 상여금을 지급하는데, 해당월에 ‘만근’을 해야만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도 통상임금에 해당할까요?”(질문)

“명칭은 상여금이지만 판례로 보면 정근수당으로 이해할 수 있겠네요. 만근이라는 추가적인 조건이 달성되지 않으면 일체 지급하지 않는다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답변)

지난 1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 진지하면서도 날카로운 질문과 답변이 줄을 이었다. 헤럴드경제와 법무법인 ‘원’이 공동주최한 ‘통상임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대응전략 설명회’에서다. 이 자리는 ‘혼돈의 사회상’ 축소판이었다. 올해 정치 이슈와 노사관계 대립 이슈가 예고돼 있지만, 이들 못잖은 메가톤급 사회 이슈로 대기 중인 ‘통상임금 향배’를 묻고 답하는 자리가 됐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의 후폭풍 분위기는 설명회를 지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말 통상임금에 대해 정기성ㆍ일률성ㆍ고정성을 중심으로 한결 명확해진 기준을 제시했지만, 일선 기업과 근로자들 혼란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을 반영했다. 사업장별로 서로 다른 복잡한 임금체계는 피튀기는 소송전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도 설명회 분위기를 진지하게 만들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기업 관계자와 근로자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발제를 맡은 전문가들은 “통상임금에 대해 단순화해서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대법원 판결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됐다’는 것만으로는 통상임금 문제를 일사불란하게 정리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대법원은 지급주기가 1개월을 넘어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고 한 바 있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기상여금라는 명칭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형적인 성과급으로 운용되는 경우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실제로 ‘소정근로의 대가’인지, 정기성ㆍ일률성ㆍ고정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정기상여금이 지급일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되고, 지급 대상기간 중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는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는 고정성을 갖추지 못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재직자 지급 요건)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이 재직자 지급 요건을 통상임금 분쟁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도 교수는 “모든 경우에 재직자 요건을 추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통상임금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임금 항목의 특성과 무관하게 재직자 요건을 추가할 경우 탈법행위로 평가받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원의 김도형 변호사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해 재정적 부담을 안게 될 기업들을 위해 대신 임금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정기상여금의 일부를 기본급으로 편입하고, 나머지 정기상여금은 성과급으로 전환하는 한편, 법정수당에 대해서는 포괄임금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을 추가로 청구하는 문제 역시 정기상여금 못잖은 관심을 끌었다.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합의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에 따라 노동자들은 시효가 끝나지 않은 법정수당을 추가로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법원은 노사가 서로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오해해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거나, 임금 총액 기준으로 임금 인상 폭을 정하는 방식으로 임금협상을 한 경우, 추가임금 청구가 기업 경영을 위태롭게 할 경우에 대해서는 신의성실원칙에 위배돼 허용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헤럴드경제와 법무법인(유) 원이 1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통상임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대응전략 설명회’를 개최한 가운데,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통상임금 판결 법리의 이해에 관해 강연을 하고 있다. 
/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김 변호사는 “당기순이익의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 임금을 추가로 지급해야만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는 것으로 인정할 것인지는 실제 소송에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 봐야 알 수 있다”며 향후 이 문제가 소송 쟁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도 교수는 소송이 아닌 노사 간의 원만한 조정을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그는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하는 노사를 ‘죄수의 딜레마’에 비유하면서 “노사 양쪽이 서로 양보를 하면 모두 어느 정도의 이익을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모두 빈손이 된다”며 “소송을 일단 제기하고 하급심에서 조정으로 끝내는 것, 그게 제일 합리적인 해결방식”이라고 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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