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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형곤> 그많은 잔칫상은 대체 누가 차려줬나
“공기업, 잔치는 끝났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선전포고가 있은 지 두 달이 지났다. ‘잔치는 끝났다’ 기획재정부에서 나온 용어인데 참 잘 만들었다. 두 단어에 공공기관 개혁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정부 의지가 과거와는 달라 보인다. “이번엔 진짜 해보겠다”며 매우 결연하다.

현 부총리는 “ ‘솥을 깨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파부침선의 결연한 마음으로…”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동안은 왜 안 됐을까? 공공기관 제도를 운용해온 지가 몇 해인데, 그리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쳐왔다. 이명박정권 때는 ‘공기업 선진화’라는 기치로 몰아붙였는데도 말이다. 거액의 자문료로 교수들을 대거 동원해 매년 수개월에 걸쳐 경영평가를 하지만 그때뿐이다. 평소 행실은 별로인데 시험 성적만 좋게 내려고 꼼수를 쓰는 학생 꼴이 그간의 공기업들의 단면이다. 한때 비리집단으로 낙인찍힌 한국수력원자력만 보더라도 공공기관 제도를 계속 운영해야 할지 의문이 든다.

금융공기업 가운데 방만경영의 대표 기관으로 꼽힌 한국거래소를 보자. 가장 최근에 공공기관으로 새로 지정됐지만 지정 후 방만경영은 고쳐지지 않았다.

과연 공공기관 지정과 방만경영 개선 간의 상관관계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동안 방치했다가 대통령 한마디에 정부가 일제히 호들갑을 떠는 걸로밖에는 비쳐지지 않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맞게 다뤄왔고, 이에 공기업들의 모럴해저드는 계속돼 왔다.

그동안 그 많은 잔칫상은 대체 누가 차려준 건가?이미 지적된 문제지만 앞으로는 개혁을 천명하면서 위에서는 낙하산 인사가 자행되는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개혁은 모르는 외부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다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한마디로 웃기는 논리마저 정치권 일각에서는 나온다. 그렇게 최근 임명된 일부 공공기관장의 취임 일성이 “방만경영 개선”이다. 경영효율화는 차순위다.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게 아닌가?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직후에 산하기관장을 불러 모아 강도 높은 개혁안을 주문했다. 위기의식이 크게 부족하다며 국토부에 제출된 기관별 계획을 ‘빠꾸’시켰다. 그러자 다른 장관들도 ‘우리도 뭔가 액션을 보여줘야 하는데…’라는 다소 이상한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옛 대한재보험이었던 코리안리는 과거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위기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민간기업으로 계속 남아왔고 재무부 출신의 박종원 부회장이 무려 15년간을 재임했다. 결국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코리안리의 사례는 정부의 공공기관 운영제도에 큰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이번에는 잔치가 끝나는 걸 보고 싶다. 정말이다. 국민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그런데 최근 돌아가는 모양새는 강한 의문이 든다. 과연 저항을 깨부수고 개혁을 추진할 정밀한 스케줄은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얻기 위해서는 버려야 한다. 공기업을 정권의 전리품 정도로 여겨서는 개혁은 요원하다. 정부가 틀어쥘수록 방만경영은 사라지지 않는 이 같은 비정상을 정상화할 때다.

김형곤 금융투자부장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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