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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경태, 그의 자유롭고 대중적인 인문학 글쓰기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남경태는 1990년대 중반부터 해마다 10권 정도의 번역서를 내놓고 있다. ‘페다고지’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 ‘명화의 비밀’ ‘비잔티움 연대기’ ‘생각의 역사’ ‘30년 전쟁’ 등 인문사회과학서를 주로 번역했다.

직접 쓴 책으로는 ‘종횡무진 한국사’ 등 종횡무진 역사 시리즈를 비롯해 ‘시사에 훤해지는 역사’ ‘남경태의 열려라 한국사’ ‘개념어사전’ ‘인간의 역사를 바꾼 전쟁이야기’ ‘한눈에 읽는 현대철학’ 등이 있다.

그는 세 가지 역사를 쓰고 싶다고 했다. 첫째가 국사가 아닌 ‘지역사’다. 두 번째는 ‘생각의 역사’다. 사상은 그 시대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역사와 생각의 역사는 어느 정도 일관성을 가지고 함께 가기 때문에 한꺼번에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실의 역사는 역사ㆍ국사로 배우고, 생각의 역사는 철학ㆍ윤리로 따로 배울 필요가 없다. 세 번째는 ‘예술사’다. 앞의 두 가지는 이미 쓰고 있지만 세 번째는 아직 못 쓰고 있다.


남경태는 동양이 인쇄술과 종이를 먼저 발명하고도 서양에 뒤진 것도 역사로 설명했다. 동양에서 책은 소장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서양은 지식을 보급하는 매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종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다.

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역사가 낳았다고 했다. 공화정 역사가 오래된 서양의 지배자가 국가의 관리자요 CEO라면, 동양 사회의 지배자는 ‘오너’ 개념이다. 그러니 서양의 지배자는 그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 카이사르나 구스타프 등 서양의 수많은 군주와 지배자들이 전장에 몸소 나가는 이유이고 로마 황제들이 개인재산을 털어 검투를 벌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도 서양의 왕족은 아들을 군인으로 만들어 전장에 내보낸다. 동양은 그럴 필요가 없다. ‘천자’인 왕이 죽으면 사직이 끝난다. 그래서 중국이나 우리는 전쟁이 나면 왕들은 죄다 도망간다. 선조가 임진왜란 때 의주로 도망가고, 고려의 현종은 거란의 침입에 나주로 튀고도 별다른 욕을 먹지 않는다. 서양 같으면 혁명이 일어날 일이다. 이렇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군사적 목적에서 나왔다. 도덕과 별로 관련이 없었다. 우리는 그런 경험이 없어 도덕의 영역에서만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나온다.


남경태는 대한제국의 독립협회 의견을 받아들여 의회를 구성하려고 했을 때 고종이 해산시킨 것을 크게 아쉬워한다. 그때 의회가 구성돼 공화정 마인드가 형성됐다면 일본이 손쉽게 나라를 빼앗을 수 없었다. 형식적인 의회라도 있었다면 대한제국을 일본에 넘기는 안건을 거세게 반대했을 것이고, 일본은 의회를 해산시키려 했을 것이다. 다른 나라의 의회를 해산시키는 건 국제사회 여론으로 볼 때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해서 국권이 넘어갔다면 8ㆍ15 해방 때 우리가 할 말이 많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몇몇 대신의 양해 아래 고종의 옥새만 넘겨받으면 됐다.

남경태는 글쓰기도 혼자 하며, 취미생활도 혼자 한다. 남에게 이야기하는 건 즐기지만 자신이 연락해 사람을 만나는 성격이 아니다. 기타와 바둑도 혼자 배웠다. 30년간 클래식 기타를 치고 있으며, 기력은 아마 6단급이다. 천체망원경을 보는 것도 그의 취미다. 좁은 서재에서 제법 많은 걸 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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