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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아마추어인데 언더 쳤다고? ‘프로암 스코어의 비밀’
우리나라에서 라운드를 나가면 대부분 캐디가 소위 스코어를 그려준다. 스코어를 있는 그대로 적어주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준다는 얘기다. 5년 전만 해도 캐디가 스코어를 적을 때 몸이 안 풀렸다는 핑계로 첫 홀에서 보기 이상 친 사람들은 모두 보기로 적어주는 것이 하나의 관례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 깎아주는 스코어마저 향상됐다. 골프를 치는 사람 치고 첫 홀에 적용되는 ‘일파만파’ 법칙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한 사람이 ‘파’를 하면 동반자 모든 사람을 ‘파’로 적어주는 법칙이다.

골프를 처음 시작한 사람이 라운드에 나와서 스코어를 적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친다면 타수를 센다는 것이 무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비록 100개의 스코어를 기록한다고 해도 타수를 정확하게 세는 것은 본인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한 좋은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골프가 공정한 스포츠와 선의의 경쟁이 목적이 아니라 친목 도모와 즐거움을 위해 동반자 모두의 스코어를 줄이는 것은 가끔은 용인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스코어를 줄이는 것이 이미 습관화된 사람은 몰래 자신의 스코어를 줄이며 상대방을 속이려 한다. 동반자가 그것을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하는 것은 모르고 말이다.

프로 대회를 개최할 때 본격적인 대회 전에 프로암 대회를 개최하게 되는데, 이 경기는 무엇보다 프로와 함께 라운드하는 즐거움이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프로암 경기는 아마 원베스트볼이라는 경기 방식을 택한다. 홀마다 아마추어 3명 중에서 가장 잘 친 사람의 스코어를 적는 방식이다. 정말 안타까운 사실은 소위 VIP들이 많이 모인 이 행사에서 스코어를 속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다. 상위 3팀까지 주는 상품을 타기 위해서다. 아무리 잘 치는 사람이 한두 명 끼어 있고, 원베스트볼이라고 해도 아마추어들이 언더파를 기록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프로암 대회에서 3등 안에 드는 팀들은 모두 언더파를 기록한다. 물론 상위권에 든 모든 팀이 스코어를 속인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스코어를 거짓말로 만들어내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은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프로암 경기에서는 프로가 스코어를 적도록 요청하지만 거의 캐디가 스코어를 적어낸다. 프로들은 스코어를 적으려고 해도 아마추어들이 스코어를 줄여 달라고 요청하고, 괜히 공정성 운운하며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일이 많다 보니 오히려 정확하게 스코어를 적어낸 팀들이 손해를 보게 되고, 실질적으로 잘 친 팀들이 순위에 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공정하게 플레이한 팀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많은 팀이 스코어를 속여서 낸다는 걸 알게 된 사람은 억울해하며 다른 곳에 가서 스코어를 조작하고 그것을 동반자들에게 가르친다. 돌고 도는 악순환이다.

골프의 제일가는 목적은 즐거움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골프가 이제 올림픽 종목까지 채택된 스포츠인데, 자신을 속이는 스코어 조작은 이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에게 들킬까 봐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직하고 공정한 게임을 위해서다. 거짓된 점수에 대해서 무엇보다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새해는 더 정직하고, 더 공정하게 라운드를 즐기고 실력이 향상되는 골퍼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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