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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 D-30] ‘공부 접고…교사 때려치고…’ 女컬링, 독한 반란 준비
얼음판에서 하는 구슬치기란 소리도 들었다. 스위핑하는 모습에 “청소 하나는 잘하겠다”는 흰소리도 수없이 들었다. 그런데도 좋았다. 치밀한 작전 아래 거침없이 공격하고 완벽하게 방어하는 짜릿함이 좋았다. 하지만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이 받쳐주지 못했다. 장래가 불투명해서,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집안사정으로 하나둘씩 꿈을 접으려 했던 그들이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반란을 꿈꾼다.

사상 첫 올림픽 진출을 일궈낸 여자컬링 대표팀이 올림픽에서 다시한번 기적을 던진다.

정영섭 감독의 지휘 아래 주장격인 스킵 김지선(27), 리드 이슬비(26), 세컨드 신미성(36), 서드 김은지(24), 막내 엄민지(23)로 이뤄진 컬링 대표팀은 2012년 세계선수권서 이룬 4강 기적을 또한번 재현하겠다는 야심이다. 모두 경기도청 소속으로 엄민지를 제외하곤 5년간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컬링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이 올림픽 출전의 새 역사를 쓴 건 2009년 중학교 교감선생님이던 정영섭 감독이 알음알음으로 선수를 끌어모은 게 시작이었다. 중국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떠돌이 선수 생활을 하던 ‘컬링 유학생 1호’ 김지선을 데려왔고, 선수 생활을 포기하고 경북 구미에 내려가 유치원 교사를 하던 이슬비를 설득했다. 성신여대 학생이던 김은지는 학업을 포기하고 입단했다. 이들은 다시 컬링에 꿈을 실었다. 지금은 KB금융 등에서 후원을 받지만 당시엔 훈련비와 장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모텔에서 김밥을 먹으며 운동했고 외국 선수들이 쓰다 버린 일회용 브러시 헤드를 주워 경기 때마자 빨아 쓰기도 했다. 3년 만에 기적이 일어났다. 2012년 3월 캐나다 레스브리지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최약체로 평가받은 한국이 4강 신화를 쓴 것. 첫날 유일한 ‘1승 상대’로 여겼던 체코에마저 패하면서 무너지는 듯 했던 한국은 그러나 종주국 스코틀랜드를 비롯해 스웨덴, 이탈리아, 미국, 덴마크 등 강호를 차례로 물리치며 6연승을 질주, 4강 쾌거를 일궜다. 이때의 성적은 소치올림픽 출전권을 따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출산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던 신미성이 첫돌을 앞둔 딸을 남겨두고 다시 합류해 지금의 대표팀을 완성했다. 지난해 봄 중국 컬링대표 쉬샤오밍과 결혼한 김지선도 신혼 단꿈을 잠시 미뤘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중국오픈 우승, 11월 아시아태평양대회 우승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외신도 소치의 다크호스로 한국 여자컬링을 꼽았다.

하지만 대표팀은 차분한 자세로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2013년 12월 현재 세계랭킹은 10위. 올림픽 출전팀 10개국 가운데 가장 낮다. 다만 2년 전 4강 드라마를 쓸 때처럼 도전하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각오다. 스코틀랜드에서 마무리훈련 중인 대표팀은 2월6일 결전의 장소 소치로 넘어가 드라마의 서막을 시작한다.

▶컬링은?=19.68kg 무게의 스톤(둥글고 납작한 돌)을 빙판 위에서 미끄러뜨려 ‘하우스’라고 불리는 1.83m 반경의 원 안 표적에 넣는 종목이다. 각 팀은 4명으로 구성되며, 경기는 총 10엔드까지 진행된다. 각 엔드에선 선수 당 2개씩 총 16개의 스톤을 번갈아가며 상대팀 하우스를 향해 던진다. 스로어(thrower·투구자)가 스톤을 미끄러뜨리면 다른 2명의 선수가 빗자루 모양의 솔(브룸ㆍbroom)로 얼음길을 스위핑, 스톤의 진로와 속도를 조절한다. 스톤이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면 득점이 인정된다. 상대보다 티(가장 안쪽의 원)에 더 근접한 스톤이 발생할 때마다 1점을 얻는다. 단순히 표적에 가깝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다음 투구를 미리 예측하고 상대 스톤을 밀어내는 머리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기 때문에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린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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