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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르네상스 이면의 주인공이었던 상인들…피렌체의 빛나는 순간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르네상스하면 떠오르는 것은 당대를 빛낸 수많은 인문학자와 예술가들이다. 중세의 긴 암흑기를 벗어나 인간성의 해방을 선언하고 새로운 인간을 발견한 페트라르카와 단테, 성서와 교리 내용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인간을 그렸던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 뒤엔 피렌체를 무대로 새로운 지배질서와 세상을 꿈꿨던 상인들이 존재했다.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문학동네)’은 상인들의 인문학자와 예술가들을 향한 후원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쫓는다. 이 책은 상인들이 단순히 예술을 사랑했기 때문에 거금을 들여 후원한 것은 아님을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들어 잘 보여주고 있다.

당시 막대한 부를 축적한 피렌체의 상인들에게 남은 단 하나의 고민은 사후세계였다. 현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사후에 안식을 얻을 수도 지옥에 떨어질 수도 있다고 믿었던 상인들은 수도원 지하에 묻힌 수호성인들의 유골과 가까운 곳에 묻히길 바랐다. 재정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수도원을 돕기 위해 고민하던 교황은 수도원이나 성당에 두터운 평신도들도 묻힐 수 있게 칙령을 내린다. 낡은 수도원으로 상인들의 후원이 이어졌고, 수도원 내부에는 상인 가문을 위한 기도실이 마련된다. 상인들은 경쟁적으로 기도실을 아름답고 화려하게 꾸몄다.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자연스럽게 수도원으로 몰려들었다. 명작들이 쏟아졌다. 그 중심에 ‘피렌체의 국부’라고 불린 코시모 데 메디치와 피렌체를 위기에서 구해 ‘위대한 로렌초’라고 불린 코시모의 손자 로렌초 데 메디치가 이끈 ‘메디치 가문’이 있었다.


이 책에선 이민자 출신으로 고리대금업과 거액의 지참금을 들고 온 배우자와의 결혼으로 부를 축적한 메디치 가문이 기도실 후원권한을 얻어 새로운 수도원과 성당을 피렌체의 신앙생활 중심지로 만들고, 그 수도원과 성당을 자신들의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예술 작품으로 장식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펼쳐내고 있다. 또한 이 책은 피렌체를 보석으로 만든 조토와 마사초, 프라 안젤리코, 고촐리,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그림과 브루넬레스키와 도나텔로의 건축물에 담긴 시대정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는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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