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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다가 웃다가'~ 우울증보다 더 무서운 ‘조울병’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IT기업에 다니는 김 대리(35)는 직속상사인 박 부장(50) 때문에 괴롭다. 평소땐 한없이 다정다감하다가도 갑자기 돌변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결재를 받으러 갔다가 첨부된 표의 색깔이 맘에 안 든다며 노발대발하면서 서류를 날려버리더니,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밖에 나가 손수 테이크아웃 커피를 직원들에게 돌린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부장님의 성격 변화에 사무실의 분위기는 흐려져가고 직원들은 좌불안석이다. 조울증은 기분이 갑자기 들뜨면서 자신감과 의욕이 넘치다가도(조증) 한순간에 우울하고 무력해지는 우울증이 반복되는 질환을 말한다. 마크트웨인, 어니스트 헤밍웨이, 헨델, 슈만 등 유명한 예술가들도 앓았던 질병이다.


▶사회초년생 20대 환자 큰 폭으로 증가…성격이상으로 치부해 우울증보다 정확한 진단 어려워=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07~2011년) ‘조울증’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환자가 2007년 4만6000명에서 2011년 5만8000명으로 늘어 46%가 증가했다. 공단 측은 “특히 20대에서 조울증 환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사회초년생에게 나타나는 불안감과 경쟁적 업무환경 등의 영향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감정장애 혹은 기분장애라 불리는 조울증은 절망과 우울의 무기력 그리고 지나치게 흥분된 조증 상태가 교대로 나타나는 ‘양극성 기분장애’다.

‘조증 상태’에서는 전형적으로 말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과잉행동을 하며, 자신감 넘치는 행동을 하면서도 방해를 받으면 발끈해서 짜증도 잘 낸다. 수면욕은 억제되고 성욕은 증가하며 목소리는 커지고 때로는 공격적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도가 심하지 않을 때는 에너지와 자유분방한 사고가 창의성을 촉진시킬 수 있으며, 건축가나 회계사 등 정확성과 논리에 의존해야 하는 영역보다는 정서적 표현과 심상에 의존하는 영역의 예술가인 시인, 음악가, 소설가, 배우들이 양극성 기분장애로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우울 상태에 빠지면 불안, 무력감, 초조, 절망 등의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데 잔걱정이 많아지고 비관적인 생각에 빠진다. 주변인들이 마치 자신을 비아냥거린다는 망상에 사로잡히기도 하며, 이해력이나 집중력, 판단력이 떨어져 쉽게 자신감을 잃기도 한다. 특히 우울 상태에 빠질 경우 당사자는 우울감을 호소하기보다는 두통, 소화불량, 근육통 등의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정확히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스트레스 등 사회심리적 요인뿐 아니라 호르몬 조절 변화 등 신경과적 질환 원인일 수 있어=조울증은 뇌 안의 신경 전달물질의 불균형, 호르몬 조절의 변화, 뇌의 구조적 기능적 이상, 유전적 요인과 같은 생물학적인 요인 등이 가능한 원인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스트레스, 심리적인 억압과 분노, 성격 등과 같은 심리사회적 요인 등도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서울시 북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유라 과장은 “정신과적 상담과 검사를 통해 정신분열증, 성격장애 등의 타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하고, 다양한 내과적 신경과적 질환에 의한 발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조울증은 대부분 우울증으로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조증이 나타나는 양극성장애인 만큼 초기 우울증이 나타날 때 치료를 시작해야 하며, 단기에 완치하기가 어려운 만큼 장기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조울증의 경우 환자의 상태에 따라 기분조절제와 항우울제를 처방하며 음악, 미술, 웃음요법과 같은 사회재활 치료를 함께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음주, 흡연은 기분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규칙적인 수면, 식사, 적절한 운동 등의 생활습관은 증상 조절에 도움이 된다.


▶사소한 일상에 스트레스 받지않는 노력 기울이고 자주 햇볕 쬐는 것도 큰 도움…가족들 역할도 중요=조울증을 극복하려면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에 쉽게 집착하지 않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특히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 짜증나는 상황에 매여 있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상상하면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자주 햇볕을 쬐는 것도 도움이 된다.

햇볕은 생체리듬을 정상적으로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햇볕을 쬐지 않을 경우에는 멜라토닌과 세로토닌 등의 뇌 안의 화학물질이 불균형을 나타내 무기력과 우울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조울증은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그 증상이 더욱 심각해지므로 스트레스를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 조울증은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주변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유해야 한다. 또한 가족일 경우에는 조울증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환자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kty@heraldcorp.com


<조울증 증상>

-조증일 때

1. 판단력이 떨어져 돈을 헤프게 쓰게 된다

2. 자신감이 넘쳐 무모한 계획을 세우거나 과대망상을 하게 된다

3. 말이 많아지고 빨라지며, 목소리가 커지고 자기 주장이 강해진다.

4. 수면부족 상태인데도 에너지가 넘쳐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다

5. 과격하고 난폭한 행동을 하게 된다



-우울증일 때

1. 우울한 감정이 계속 된다

2. 자신이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죽음에 대한 충동이 느껴진다

3. 체중이 갑자기 감소하거나 증가한다

4. 무기력하고 극심한 피로가 느껴지거나 특별한 병이 없음에도 몸에 통증이 느껴진다

5. 말수가 줄어들고 짜증이 늘어난다

6. 무기력함이 느껴져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7. 불면증이 심해진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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