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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대 과학이 불러온 문화 재앙
야만
미셸 앙리 지음
자음과 모음
‘현상학의 거장’ 미셸 앙리(Michel Henry)의 1987년 작품 ‘야만’이 한글로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출간 당시 과학의 윤리적 방향과 관련해 상당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저자는 갈릴레이로부터 시작된 근대 과학이 지식의 엄청난 축적이라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과학이 객관주의와 과학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탓에 지식이 문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지식과 문화의 분열’이라는 재앙을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과학은 원래 문화의 한 형태이며 본질적으로 삶에 그 뿌리를 두는데, 이렇게 야만의 모습을 띤 과학은 문화 전달의 목적을 부여받은 대학을 자본과 기술 이데올로기에 잠식시키는 등 정치ㆍ경제ㆍ사회 전반에 각종 폭력을 낳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책은 삶과 문화의 관계, 과학, 기술 나아가 공동체, 사회, 노동의 본성에 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거리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에게 적지 않은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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