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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전두환 컬렉션’ 은 반짝 햇살…하반기 현대미술이 ‘구름’ 걷어낸다
이색 재테크…미술시장 기상도는
낙찰률 100% 전무후무
낙찰가도 예상액 초과
전문가 “일회성 열기”

국내작가 거래액 반토막
中 시장 · 작가 약진 속
해외작가 선호 뚜렷

상반기 보합세 거쳐
하반기 활성화 가능성


2013년 미술 경매 시장 최고의 화제는 연말에 있었던 이른바 ‘전두환 컬렉션’ 경매였다. 추징금 환수를 위해 국내 2대 경매사(서울옥션, K옥션)에서 진행했던 특별 경매에선 낙찰률 100%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고, 낙찰가 역시 예상 금액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2007년 최정점을 찍었던 미술 경매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것일까. 지난 연말에 발표된 한국 미술 시장과 경매 시장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면 답은 ‘글쎄요’에 가깝다. 전문가들도 일회성 경매로 시장이 살아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2014년 미술 경매 시장 기상도는 한 마디로 ‘흐린 뒤 갬’이다.

▶국내 시장 4400억원 수준… 중국 작가 전망 밝아=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2012년 미술 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미술 시장 전체 규모는 4400억원 수준이다. 2013년은 이보다 더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미술 시장 전체 규모인 62조2600억원의 0.7%에 불과해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긴 어려운 수준이며, 세계 시장의 흐름에 영향도 많이 받는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69조6000억원에 비하면 시장 규모는 줄었지만 2012년 전 세계 미술 시장은 미국 경매 시장의 활성화, 중국 지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 미술 시장 확장, 남아메리카와 북아프리카 등으로 신규 미술 시장 형성 등에 의해 성장세로 돌아서고 있다. 하지만 중국 본토의 미술 시장 규모 축소로 전체 세계 미술 시장 규모는 전년(2011년, 67조1000억원) 대비 소폭 줄었다. 

위는 전두환 대통령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이대원 작(作)‘ 농원’, 캔버스에 유채, 90×194㎝, 1987. 아래는 2013년 한국 미술품 경매회사 최고가 기록한 로이 리히텐슈타인 작(作)‘ 토마토와 추상’, 캔버스에 유채, 101×152㎝, 1982.

세계 미술 경매 시장을 놓고 보면 중국 작가에 대한 전망이 밝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2012년 전체 규모는 30조2600억원이며 작품 판매금액 1위는 중국(41.3%)이다. 2011년 41.5% 대비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다. G2인 중국의 영향력이 미술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최근 중국 작가의 약진에는 ‘자국 작가를 키우자’는 민족주의적 발상이 토대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해외 작가 선호 뚜렷, 국내 작가 거래액 ‘반 토막’=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지난 12월에 발간한 ‘2013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 결산 및 주요 작가 KYS미술품 가격지수’를 보면 시장 흐름이 좀 더 명확해진다. 국내 미술품 경매 낙찰가격 상위 100순위를 살펴보면 해외 작가가 27점, 국내 회화 장르 56점, 고미술품이 17점이다. 상위 10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해외 작가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다. 국내 근현대작가의 작품은 ‘전두환 경매’ 때 낙찰됐던 이대원의 ‘농원’이 유일하다. 국내 최고가를 기록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토마토와 추상’(26억4261만원)은 서울옥션 홍콩 경매 때 거래된 것으로, 엄밀히 따지면 국내 거래 최고가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서 있는 여인’(13억4000만원)이다.

낙찰 총액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1위는 구사마 야요이(37억9000만원), 2위는 로이 리히텐슈타인(33억500만원), 3위는 김환기(32억3000만원)로 해외 작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전체 낙찰 총액은 720억원으로, 2012년 891억원에 비해 100억원 이상 하락했다. 2012년엔 1, 2, 3위였던 김환기(79억6000만원), 이우환(64억9000만원), 박수근(51억2000만원)은 낙찰 총액이 반 이상 하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더불어 낙찰가 상위 20위 안에 랭크된 국내외 주요 작가 거래량을 별도로 구분해보면 20위 내 국내 작가는 12명으로 전체 낙찰가의 32.86%를, 해외 작가는 8명으로 24.4%를 차지했다. 결국 상위권 작가 20명(46.52%)이 미술품 경매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셈이다. 국내 작가로는 김환기, 이우환, 이대원, 김창열, 박수근, 김종학, 오치군, 천경자는 거래량이 비슷했고 정조, 겸재 정선과 백남준이 새롭게 순위에 합류했다. 해외 작가의 경우 구사마 야요이, 데미안 허스트, 쩡판즈 등 롱런하고 있는 인기 해외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알베르토 자코메티, 산유, 이가염 등의 작가가 합류했다. 

작년 말 전두환 대통령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 경매 모습. ‘전두환 컬렉션’ 경매라 불린 이 행사는 낙찰률 100%라는 기록 속에 2013년 미술 경매 시장 최고의 화제가 됐다.   [헤럴드경제DB]

▶보합세 끝나나… 우량 작가 시장 견인=전문가들은 미술 시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됐던 미술품 양도소득세에 대해서는 큰 영향은 없었다고 봤다. 1억원 작품 거래 시 440만원 수준이라 큰손 컬렉터들에겐 영향을 줄 만한 수준은 아니란 분석이다. 내년 시장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시장은 한동안 보합세를 유지했지만 하반기 몇몇 작가 작품이 상승하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두환 컬렉션’ 완판은 컬렉터층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증거로 봤다. 스토리가 있는 작품 혹은 선호가 높은 작품은 꾸준한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특정한 모멘텀으로 시장이 살아난다고 보긴 힘들다”며 “다만 오랜 조정 기간을 통해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은 시장의 상황과 상관없이 꾸준하다’는 학습 효과가 생겼다”고 봤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도 “2007년 거품 논란이 일 정도로 그림 가격이 올랐고 그 뒤 5년 정도 조정기를 거쳤다. 시장이 양질화됐다고 본다”며 상반기까지는 보합세, 중반기 이후로는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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