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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남자들이여, 마초에서 작별하고 당당히 쩨쩨해져라”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남자를 가장 수치스럽게 만드는 말은 ‘남자답지 못하다’는 말이다. ‘남자답지 못한 남자’로 낙인찍힌 남자는 친목으로부터 소외될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와 놀이 등 거의 모든 분야로부터 이방인 취급을 당한다. 술자리를 통해 형성된 형님-동생 관계는 직장의 상하관계를 뛰어넘어 끈적거리는 관계를 만들기도 한다. 연줄을 강조하고 비공식적인 관계에 큰 비중을 두는 한국 사회에서 고립은 재앙이다. 체질상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남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마셔야 하는 이유다.

‘남자가 남자에게’(미다스북스)는 남자들이 술자리 문화 속에 숨겨진 내막을 파헤치고, 다양한 분야의 자료 조사를 통해 남자들의 은밀한 욕망을 생생하게 폭로한다. 작가는 18년간의 공직생활을 통한 직간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고립된 문화,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문화를 유지하려는 남자들을 비판함과 동시에 대안을 전한다. 저자는 남자들이 술자리 때문에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혁신적인 대안으로 여자들의 문화를 한 번쯤 즐겨볼 것을 제안하며 ‘당당히 쩨쩨해져라’라고 조언한다.

“술자리의 최대 피해자는 어쩌면 술 잘 마시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가 무수하고 무리한 술자리로 보다 빨리 승진하거나 보다 많은 사업 기회를 얻거나 보다 많은 여자를 탐닉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연극, 뮤지컬, 영화, 미술, 소설, 시, 클래식, 재즈, 춤, 요리, 패션, 가족과의 시간, 커피 마시며 대화하기, 천천히 산책하기, 어려운 사람 돕기,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같은 보고 즐기고 느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된다.”(103쪽)

장편소설 ‘칼의 노래’ㆍ‘남한산성’의 저자인 김훈 작가는 “작가의 시선은 일상 속의 부끄러움을 샅샅이 들여다보면서, 부끄러움의 자각을 통한 삶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고 추천사를 남겼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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