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새책> 시대가 원하는 ‘섬기는 리더십’ 전형 보여주는 고전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순례단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레오’가 사라졌다. 중요한 서류의 분실로 순례단 내부에 갈등과 혼란이 빚어지고, 순례단이 와해될 때까지도 단원들은 ‘레오’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순례단의 위기가 닥친 시기는 ‘레오’의 실종 이후였고, 사라진 ‘레오’가 이 모든 사건의 핵심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경영 전문가 로버트 그린리프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동방순례(이숲에올빼미)’에 등장하는 ‘레오’의 모습에서 ‘섬기는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라는 새로운 리더십의 유형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해 ‘서번트 리더십’이란 제목의 저서로 출간했다. 그린리프는 이 책을 통해 “‘동방순례’는 위대한 지도자는 처음에 서번트처럼 보이지만, 이 간단한 사실이 지도자를 진정으로 위대하게 한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중이 추종하는 권위에 대한 기준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오늘날, 지도자는 추종자가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인정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도덕률이 정립되고 있다. 대중은 이제 높은 위치에서 자신을 낮춰 겸손하게 아랫사람들을 섬기고 불통의 독주보다 소통의 화해를 유도하는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동방순례’는 지난 1932년 1ㆍ2차 세계대전 사이에 급변하는 정치ㆍ사회ㆍ문화 환경에서 인류가 나아갈 길과 새로운 지도자상을 제시했다. 




이 같은 소설의 메시지는 오늘날 혼란스러워진 사회 현실에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아울러 시대를 뛰어넘어 같은 시간과 공간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판타지 소설을 방불케 하는 소설 속 사건들은 작가 개인의 사적인 체험과 보편적 인류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 상징적 가치를 주목할 만하다. 오랜 세월 헤세를 연구하고 한국헤세협회 회장을 역임했던 독문학자 이인웅 한국외대 명예교수의 번역은 수수께끼 같은 표현과 미묘한 의미를 적확하게 해석해 독자에게 전달한다.

123@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