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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아치 투캅스 vs 고상한 아티스트…판이한 ‘二色二劇’
남자 2인극 ‘레드’ ‘스테디레인’ 이색공연 눈길
무대에 배우는 남자 둘뿐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남자 둘의 서사와 논쟁이 요즘 연극 무대의 ‘핫 트렌드’다. 남자 2인극 ‘레드’(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1월 26일까지)와 ‘스테디레인’(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1월 29일까지·사진)이 나란히 공연 중이다.

‘스테디레인’은 200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당시 할리우드 스타 휴 잭맨과 다니엘 크레이그가 출연해 화제를 일으켰던 작품. 그해 비(非)뮤지컬 판매액 1위를 기록했다. ‘그게 아닌데’의 김광보 연출로 다듬어진 이번 한국어 공연에는 이석준, 이명행, 지현준, 문종원 등 연극계에서 주목받는 네 명의 배우가 합류했다.

극은 서로 성격이 판이한 시카고 형사 대니와 조이가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누아르 물이다. 대니와 조이는 형사지만 그들의 삶은 삼류 양아치와 다름없이 비참하다. 가족을 지키는 것을 지상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대니는, 시카고 뒷골목 창녀의 뒤를 봐주는 대가로 포주에게 흉악하게 구는 걸로 유명하다. 반면 조이는 하릴없이 술로 시간을 보내는 독신남. 어느 날 대니 집에 대니가 없는 사이 총알 한 방이 창문을 뚫고 들어와 대니의 어린 아들을 맞힌다. 격분한 대니는 포주인 월터의 짓으로 여기고 그를 쫓기 위해 법의 수위를 무시하는 일을 저지른다. 사건이 꼬여 둘은 베트남 아이를 연쇄살인범에게 보냈다는 죄로 법의 심판을 받기에 이른다. 사건은 둘이 과거를 회상하는 독백과 대화로만 진행된다. 둘의 서사가 진행될수록 사건은 한 꺼풀 한 꺼풀 가림막이 벗겨지면서 관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욕설, 폭력, 살인, 매춘 등의 내용이 다뤄져 수위가 좀 세다. 연극 ‘레드’는 러시아 출신 실존 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년)와 가상인물 조수 켄의 대화만으로 이뤄져 있다. 1958년 뉴욕 시그램 빌딩이 완성되자, 건축가는 레스토랑에 걸릴 벽화를 붉은 색을 즐겨 그린 추상화가 로스코에 의뢰한다. 로스코는 자신의 그림이 걸린 식당에 갔다가 미술을 상업적 교환가치로 여기는 대중의 가벼움에 신물을 느끼고 예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작품을 가져오고 돈을 돌려준다. 


로스코와 켄의 대화는 ‘스테디레인’ 속 남자들보다는 훨씬 고상하고 고차원적이다. 둘은 미술과 예술을 주제로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눈다. 자의식에 사로잡혀 세상과는 담을 쌓는 로스코와 그의 편협한 사상을 지적하고 변화를 종용하는 당돌한 켄의 대화는 지난세대와 신세대의 갈등, 인생과 세계의 연속성으로도 비친다. 2011년 초연 배우 강신일이 또 한 번 로스코를 맡았고, 강필석과 한지상이 켄 역을 열연한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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