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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뷔 10년만에 신인상…보이지 않는 배우되고 싶다”
새해 연극계 기대주 지현준
뱀띠인 연극배우 지현준(36)은 지난 계사년에 상복이 터졌다. 대한민극연극대상 신인 연기상 등 연말 연극계 주요 시상식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데뷔 10년만의 출세였다. ‘지저스크라이스트’ ‘나는 나의 아내다’ ‘단테의 신곡’ ‘스테디레인’ 등 지난해 출연작은 단 4편이었다.

지현준은 “하나같이 다 소중하다. 지현준으로서 살면서 느끼는 것과 맞아떨어지는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저스크라이스트’의 빌라도역은 신앙을 가진 지 얼마되지 않은 터라 끌렸고, 혼자서 35명의 배역을 소화해야하는 1인극 ‘나는 나의 아내다’는 세번 거절했다가 강영원 연출을 믿고 출연했다. 이 작품을 본 거장 한태숙 연출이 ‘단테의 신곡’ 오디션을 보러 오라했고, ‘인생 반고비에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었다’는 첫 대사에 공감돼 단테 역을 덜컥 맡았다. 그 결과 ‘나는 나의 아내다’는 그에게 신인상을 안겼고, ‘단테의 신곡’은 대성공을 거둬 국립극장 흥행기록을 새로 썼다.

현재 그는 충무아트홀 중극장블랙에서 공연하는 2인극 ‘스테디레인’에 출연 중이다.

“한바퀴를 다시 돌아온 느낌이에요. 전에는 배우로서 무엇을 연마해야하는 지 고민했고, 그래도 자신이 잘 살아야 좋은 연기가 보이지 않을까란 답을 얻었어요. ‘단테’를 끝낸 뒤에는 어떻게 연기해야할 지 모르겠더라구요. 무용과 노래를 합해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싶었어요. 그 첫 작품이 ‘스테디레인’이죠.”

지난해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 단테의 신곡’ 등에 출연하며 관객에게 지적 즐거움을 안긴 지현준의 지적 탐구는 새해에도 계속된다. 올해는 어둡고 미스테리 한‘ 스테디레인’과‘ 에쿠우스’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스테디레인’은 미국 브로드웨이 화제작으로, 거친 형사 두 명의 독백과 구술만으로 진행되는 극이다. 연출이 요구한 특별한 동작 연기가 없다. 그래서 지현준-문종원, 이명행-이석준 등으로 짝을 이룬 팀 연기의 색깔이 다 다르다. 사건의 실체가 극 후반부로 갈수록 한꺼풀씩 벗겨지는 미스터리 형식인데다 대사량도 방대하다.

지현준은 “말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공연하다보면 기운이란 게 있다. 관객들이 조용해지는 순간. ‘스테디레인’은 말로 하기 때문에 지루한 부분도 있는 데, 그걸 관객이 다같이 견디고 나면 재밌어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에 대해서 “너무 재밌어요. 미치겠어요.”라며 눈을 반짝거렸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방송 외주제작사 다큐멘터리 PD를 하다 밤낮으로 편집하는 일에 지쳐 문득 연기를 배우고자 극단에 전화를 돌렸다. 마침 전화한 곳이 이윤택 연출이 이끄는 연희단거리패였다. 위경련이 와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연기 연습에 매달렸고, 연기를 위해 트러스트무용단에서 3년간 현대무용을 익히기도 했다. 지금은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2012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가창력 논란을 빚은 뼈아픈 기억을 씻고, 2015년 다시 뮤지컬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갑오년 새해에는 ‘단테의 신곡’ ‘나는 나의 아내다’ 앵코르 공연 무대에 선다. 3월에 극단 실험극장의 ‘에쿠우스’에 출연한다. 말 여섯 마리의 눈을 찔러 멀게 한 17세 소년의 이야기로 기괴한 소재에 충격적 장면으로 화제를 일으켰던 작품. 강태기, 송승환, 최재성, 최민식, 조재현 등 숱한 명배우들이 이 ‘에쿠우스’의 무대를 거쳤다. “제가 좀 말상 이잖아요. 하하” 새해에 그는 “보이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했다. “무대 위 배우가 달을 가리키면 관객이 배우가 아닌 달을 보게 하는, 그런 배역의 삶의 정확한 ‘통로’ 이고 싶습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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