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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유종의 미를 거두는 비결
“초년에는 폐하께서 백성들을 상처 입은 사람 대하듯 하고 자식처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근년에 와서는 예전의 겸손을 잃고 백성을 노역으로 가볍게 부리며 ‘백성은 할 일이 없으면 교만 방자해지고, 힘들게 일을 시켜야 부리기 쉽다’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할 이유입니다.”

당나라 대신 위징(魏徵)은 처음엔 선정을 베풀다 점점 정치를 잘 못하는 태종 이세민을 향해 직언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제왕과 측근이 더 이상 무욕(無慾)하지 않은 점, 겸손과 겸약을 버린 채 날이 갈수록 뽐내고 사치스러운 마음이 커지는 점, 신하가 충언할까봐 지레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내 몸이 편치 않다’고 하면서 충신의 입을 가로막는 제왕의 행태 등을 지적했다.

위징은 특히 “향기로운 꽃 옆에 있으면 좋은 향기가 배고, 썩은 냄새가 나는 생선 옆에 오래 있으면 악취가 밴다”면서 측근 정치의 폐단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소인배를 곁에 두고 친밀해지면 그 결점을 깨닫지 못하는데, 어찌 국가가 융성하겠는가”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위징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할 이유로 10가지나 열거했지만, 이 내용을 담은 ‘정관정요’가 훗날 통치의 교과서로써 여러 지도자들이 탐독했을 정도로, 당 태종 재임기는 전성기를 구가했다. 최고의 비결은 바로 이세민이 위징의 독설을 모두 수용하고 끝까지 실천했다는 점에 있다. 재임 중 사사건건 간언하던 위징이 병들어 죽자 이세민은 “나를 비추어 내 잘잘못을 알게한 거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며 비통해 했다고 한다.

또 한 해가 저문다. 유종의 미는 내년을 위한 것이다. 유종의 미를 거두는 최고의 비결은 남의 충고를 듣는 일이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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