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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스코어 만들어내는 능력…프로들의 ‘짧은 기억력’
선수들은 핸디캡이 0이다. 그것을 스크래치 골퍼라고 부른다. 그것은 어느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자기 스코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다. 대회 중에 깜짝 선두로 나온 선수가 우승을 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3~4라운드로 이루어진 프로의 시합이 끝이 나면 선수들은 자신이 평소에 치는 스코어와 순위를 찾아간다. 유난히 안되는 날이 1년에 한두 번 있게 마련이지만, 통상적으로 선수들은 자기 등수를 지키는 경우가 많다. 부단한 노력을 하고, 남들 보기에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3일 내내 최상의 성적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아마추어와 비교했을 때 프로의 가장 다른 점 중에 하나는 ‘스코어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샷이 많이 흔들리는 상황이 와도 어지간하게 버텨가며 자기 스코어를 지킨다. 시합이 끝나고 좋은 스코어를 친 선수에게 그날의 라운드에 대해 물어보면 어려운 파 퍼팅을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그게 바로 프로의 모습이다. 아마추어에게 있어 한 홀에서 크게 무너지고, 그것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프로는 위기가 와도 크게 망가지지 않고,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을 리커버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톱선수의 레벨도 바로 이 점에서 차이가 난다. 시합을 계속 하다보면 개인의 상황과 컨디션에 따라 변화가 있을 수 있고, 바람과 비 같은 악조건의 날씨 속에 경기할 경우가 생긴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평소에 치는 스코어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바로 그 선수의 실력이다. 그러한 점을 아마추어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프로들이 스코어를 만들어 내기 위해 중요한 것 하나는 바로 짧은 기억력이다. 실패와 안 좋은 기억을 빨리 잊는 것이다. 기억은 때때로 좋은, 아름다운 순간을 떠올리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좋지 않은 기억을 잊어버리는 것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있어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패한 것을 다시 시도할 때 두려움을 떨쳐버리려면 실패의 기억을 지워야 가능하다. 억지로 기억을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생각하고 넘기는 짧은 기억력은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한 중요한 요건이다.

아마추어가 라운드할 때 처음 시작이 좋지 않더라도 18홀을 다 돌고 나면 늘 치던 스코어를 기록할 때, 그리고 그날 따라 볼이 너무 잘 맞아서 좋은 스코어를 내다가 마지막 두세 홀을 망치고 일반적인 자기 스코어를 쳤을 때 우리는 그것을 핸디캡대로 쳤다고 얘기한다. 가장 아쉬울 때가 눈앞에 베스트 스코어 기록을 앞두고 17, 18홀에서 모든 것을 망쳐버렸을 때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이 잘 지켜오던 스코어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인생에서의 중요한 교훈이기도 하지만, 골프 역시 지금 주어진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과거의 기억은 접어두고, 미래에 대한 걱정은 날려버리고, 현재의 상황에 마음을 두어야 한다. 그래야 더 잘 판단할 수 있고 좋은 샷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진다. 단순하게 생각하라. 그리고 과거를 잊어버리자. 그럴 때 더 창의적으로 코스를 볼 수 있고, 새로운 샷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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