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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말 좋아진다?’…엉터리 주택시장 전망 믿어도 될까?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매년 이맘때 즈음 너도나도 내년 주택시장 전망을 내놓습니다. 매년 때가 되면 나오는 것이지만 이는 기업이나 개인이 새로운 한해의 계획을 세울 때 근거로 삼는 매우 중요한 자료입니다. 새로운 사업이나 내 집 마련 등 중요한 결정의 이유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망의 신뢰도는 무척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나온 내년 주택시장 전망 자료들을 살펴보니 대체로 ‘상반기에는 보합이나 약세를 유지하다가 하반기부터 좋아질 것’이라는 게 많네요. 이른바 ‘전약후강’, 혹은 ‘상저하고’입니다. 최근 ‘헤럴드경제’가 전문가 4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습니다. 설문 참가자 절반이상(52.5%)이 전반기 부진하다가 하반기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김동수 주택협회 실장은 “내년 주택시장은 거시경제 침체로 본격적으로 상승하긴 어렵지만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매매가 늘어나 물가상승률 수준의 오름세는 보일 것”이라며 ‘하반기 상승 전환’을 예상했습니다.

▶가장 흔한 전망, ‘하반기 회복’= 그런데 작년 이맘때 즈음 나왔던 2013년 주택시장 전망은 어땠을까요? 당시에도 ‘전약후강’을 예측하는 기관이 많았네요. 대표적인 곳이 주택산업연구원인데요. 상반기 약보합을 보이다가 하반기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당시 주택산업연구원 외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2013년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상반기 주춤하던 시장 분위기가 하반기 회복세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건산연도 당시 수도권 시장에 대해 ‘상저하고’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주택시장이 ‘회복세’일까요? 아니라는 판단이 더 많은 듯합니다. 1%대 저금리의 공유형 모기지 등에 따라 12월 현재 일부 상승하는 곳도 있긴 하지만 아직 회복세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더 많죠. 대부분 전문가가 또다시 내년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점치는 것은 이 때문이겠죠.

어찌됐든 2년 연속으로 연말마다 나오는 전망이 ‘전약후강’, 내지 ‘상저하고’인 게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2011년과 2012년을 앞둔 연말 나온 각종 주택시장 전망자료를 주욱 살펴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당시에도 가장 흔한 유형이 ‘내년 하반기 회복’이라는 것이네요. 상반기 침체기를 겪다가 하반기 좋아질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경제연구소 전망 ‘편향됐다?’= 매년 연말 ‘내년 하반기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부 주장처럼 집값을 띄우려고 경제연구소나 기관들이 일부러 막연히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일까요?

사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전망’이라는 게 객관적이기 거의 불가능하다고 고백합니다. ‘내년 하반기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회복되기를 바라는 편향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사실 주택시장 전망이라는 게 작은 변수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금리나 거시경제 지표, 글로벌 경제상황 등 다른 경제 전망치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주택의 경우 정책에 크게 좌우하므로 정책변수도 무시할 수 없죠. 따라서 주택시장 전망의 근거가 되는 이런 제반 지표를 조금만 낙관적으로 예상하면 희망적인 전망이 어렵지 않게 나옵니다.

그렇다고 이런 전망을 ‘조작’ 내지 무리한 ‘억측’이라고 해야할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항변입니다. 어떤 변수든 실제로 그렇게 변화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올해 사례를 생각해 볼까요. 작년 말 올해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들은 대부분 박근혜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효과를 크게 평가했습니다. 그래서 하반기 회복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당시 이 전망이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새 정부는 올해 2~3차례에 걸쳐 파격적인 규제완화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국회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완화 관련 법안을 제때 처리해주지 않은 예상치 못했던 변수도 생겼습니다.

당시 새정부에 과도하게 기대한 사람에 대해 틀렸다고 욕을 할 수있을까요? 너무 낙관적인 측면만 바라봤다고 비판을 할 수 있겠지만 틀렸다고 하긴 어려울 겁니다. 만약 국회가 정부 규제안을 제때 착착 처리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직도 계류중인 다주택자양도세 중과세 폐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이 진작에 처리됐으면 시장 상황은 또 어찌 됐을까요? 그 결과에 대해 장담할 수있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맞춤형 전망’ 만들면 어떨까= 그렇다면 요즘 나오는 내년 전망을 어떻게 바라봐야할까요? 일단 전망치를 내놓은 기관의 성향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이나 건설업계 산하 기관은 아무래도 시장을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시장 상황이 좋아야 사업이 잘 될테니까요. 반면 학계 등은 비교적 객관적인 전망을 할 가능성이 높겠죠.

전문가들은 이런 기관들이 내놓은 결과보다 전망의 근거에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그런 근거들이 얼마나 타당한지 스스로 따져보고 다른 것들과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네요.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관들은 대체로 거시경제 지표나 가계부채 문제 등 금융 변수에 주목하고, 낙관적으로 보는 쪽은 수급상황 등 주택시장 내부 논리를 더 면밀히 따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비교해 스스로 종합해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흐름을 판단한다고 해도 더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전망’을 만드는 것입니다. 전체시장은 침체돼도 자신이 원하는 지역이나 항목에서는 회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을 살 계획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지역별, 종목별, 금액별 물건의 세부 전망을 스스로 만들 줄 알아야 합니다. 관련 분야의 수급동향부터 가격 정보 등 요즘 부동산 정보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세부적인 전망을 하게 되면 의외로 더 명확해 지는 게 더 많습니다.자, 이렇게 스스로 자신이 필요한 부문의 전망을 할 줄 알면 이젠 일반적인 시장 전망은 무의미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전망할 수 있는 힘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만약 전망이 틀렸다면 어떻게 할까요? 별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이미 스스로 전망을 수정할 수 있는 능력도 생겼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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