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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정가 도전 강수진 “천천히 스텝 바이 스텝 지켜봐달라”
“예스(Yes) 한 이유는 딱 하나에요. 지금 한국 발레 수준이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발전했어요. 제가 원하는 소망은 국립발레단의 스타일을 갖게 해주는 거에요. 무용수 하나 하나가 빛이 나는 그런 발레단을 만들고 싶어요.”

‘강철나비’ 발레리나 강수진(46)은 목소리와 표정에서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18일 서울 종로구 와룡동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에서 그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수석무용수가 아닌 차기 국립발레단장 내정자로서 언론 앞에 섰다.

2016년까지 세계 무대에서 공연 일정이 꽉 차 있는 잘 나가는 현역 무용수가 2014년부터 모국의 발레단 수장직 제의를 선뜻 받아들인 이유는 무얼까. 그는 ‘육감’ ‘느낌’이란 단어를 여러 차례 쓰면서 “지금이 때다. 나우 오 네버(Now or never)의 느낌이 굉장히 강했다”고 했다.


1982년 모나코 왕립발레학교로 유학을 떠나 85년 스위스 로잔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하고, 86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최연소, 동양인 최초 무용수로 입단한 그는 30여년간 세계 무대에서의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행정가로서의 경험은 전무하다. 이를 우려하는 시선이 없지 않다. 그는 “책임감 때문에 무서워 못하는 사람은 아니다”며 “사람들이 기대하는 거 안다. 2014년은 같이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마 첫날은 무서워할 거다. 예술감독으로서 흐트러지지 않을 거라고 믿고 예스를 했기 때문에, 많은 걸 포기하고 왔기 때문에, 걱정하지 마셔야 한다. 그만큼 각오하고 왔다.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강 내정자는 “굉장히 작은 일이지만 뿌리를 심어주고 싶다. 3년(임기) 안에 반짝 반짝 빛나는 발레단 만든다는 건 기대 안한다. 하지만 욕심은 한 무용수 한 무용수가 빛을 내게 하는 거다. 천천히 스텝 바이 스텝(한계단 한계단) 하는 걸 지켜봐주시라”고 당부했다.

이번에 2박3일간 짧은 일정으로 귀국한 그는 17일 국립발레단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단원들의 리허설을 참관했다. 생애 첫 업무 보고에 대해 “참 재밌더라구요.”라고 소감을 정리한 그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더 똑똑해질 거 같다.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는 게 굉장히 흥미로웠다. 차츰 차츰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시간을 달라”고 했다. 또 리허설 본 소감에 대해선 “진짜 잘한다. 감명 깊게 봤다. 발전할 수 있는 게 보이더라”고 말했다. 현역 무용수가 단장이면 “(단원 코칭 시)표현을 더 잘 해줄 수 있고, 더 빨리 습득할 수 있게 할 것 같다”고 했다.

강 신임 단장의 임기는 내년 1월부터지만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발레단과의 ‘나비부인’ 공연 일정이 1월31일까지 잡혀있어 실제 업무는 2월3일부터 시작한다. 내년 출연을 확정한 신작 공연과 2015년 슈트트가르트 발레단과의 ‘오네긴’ 내한공연, 2016년 슈트트가르트발레단 은퇴 공연 이외에 다른 공연들은 출연을 취소 중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할 사람은 저에요. 아이들(발레단원)을 위해서! (국립)발레단을 위해서!”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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