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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메르켈의 대통합 정치와 한국의 대선 1년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세 번째 정부가 17일(현지시간) 출범했다. 이날 독일 연방하원에서 메르켈 총리는 73.2%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3선 총리로 선출됐다. 2017년 하반기까지 12년간 독일을 이끌게 되면 독일 사상 세 번째 장수 총리이자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11년 6개월)의 기록을 넘어 유럽 최장수 여성 총리가 된다.

메르켈 총리는 현역으로서 ‘유럽의 여제’라는 명예로운 별칭을 갖고 있다. 오롯이 소통과 포용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그녀의 정치철학인 통합 정치가 빚어낸 산물이다. 비주류 격인 구(舊)동독 출신이지만 3선 총리의 반석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그녀만의 독특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국정 현안 앞에서는 좌우 이념 구분 없이 국익과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독일의 아름다운 현실정치가 힘을 보탠 결과다.

지난 9월 총선 이후 기민ㆍ기사 연합인 집권 보수 여당과 제1야당인 사민당의 대연정 협상 및 그 결과는 품격 있는 정치가 무엇인지를 한눈에 알게 한다. 여당이 압승해 5명만 영입하면 단독정부 구성이 가능하지만 그런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고 대신 협력을 제안했다. 좌파인 사민당과 녹색당 역시 합치기만 하면 의석 과반을 점하지만 이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양쪽 다 국민이 원치 않기 때문이었다. 나아가 메르켈은 15개 장관직 중 경제부총리를 포함해 외무ㆍ법무 등 요직 6개를 내주면서 정치적 민감 현안을 일괄 타결했다. 결국 타협과 양보의 정치가 독일을 다시 일으켜 세웠고, 재정위기 여파가 경기침체로 이어져 우왕좌왕하던 유럽연합까지 구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정치는 어떤가. 대선이 끝난 지 꼭 1년이 됐지만 온통 해묵은 정치시비로 얼룩져 있다. 상대에게 상대는 없고 적만 있을 뿐이다. 오로지 진영논리에 갇혀 삿대질하고 증오하기에 바쁘다. 배려와 타협, 이해와 양보의 미덕은 사라진 지 오래다. 국회가 어쩌다 정상적으로 기능을 발휘하면 신기할 지경에 이른 것이 곧 우리 정치다. 국회가 제대도 작동하지 않으니 입법기능이 정상일 수 없고 이러니 민생은 더 비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구의 잘못이라 따져 볼 것도 없다. 정치권 모두의 정치력 부재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포용이 아쉬웠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독자적인 정치력을 보여주는 대신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총선과 대선에서 내리 패하고도 반성보다는 해코지 정치에 몰두했다. 품격 있는 독일 정치의 울림이 더 없이 커지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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