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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형곤> 추락하는 증권업계, 날개는 있나
고려ㆍ동서ㆍ한남ㆍ장은ㆍ동방페레그린. 한때 한국 증권업계를 주름잡았다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문을 닫은 증권사들이다. 증권사관학교로 불렸던 고려와 동서지만 이제는 두 증권사 출신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언제 그런 증권사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증권업계가 외환위기 이후 정확히 15년 만에 최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오히려 외환위기 때보다 더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인수ㆍ합병(M&A)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미 본입찰에 들어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목전에 두고 있다. 동양그룹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동양증권도 공개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현대증권은 모 그룹의 부실로 매각 대상에 올랐고, 수년째 얘기만 나오던 KDB대우증권도 내년 하반기에 매물로 나올 예정이다. 10대 증권사 중 무려 4곳이 매각대상에 올랐다. M&A발 증권업계 구조조정은 내년에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금융업종에서 상대적으로 무겁지 않은 증권업계가 오히려 구조조정이 더뎠다. 은행은 진작 재편됐다. 과거 은행 순위였던‘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 가운데 지금 이 이름을 달고 영업하는 은행은 한 곳도 없다. 카드업계도 재편된 지 오래다.

현재 증권사는 무려 63개에 달한다. 연초만 해도 버텨내던 증권사들이 마침내 밑천을 드러내고 있다. 업황부진에 지난 5월 말 버냉키 쇼크 이후 채권금리 급등으로 채권평가 손실까지 겹쳐 실적이 말이 아니다. 한 번 떠난 개인은 돌아올 기색이 없다. 외국인과 이에 따른 대형주 위주의 장세에 개인은 신물이 난지 오래다. 이젠 전세대란에 가처분소득까지 줄면서 주식에 투자할 만한 여력이 없다.

유독 개인투자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권업종의 구조적 특성상 수익성 개선은 요원해 보인다. 과당 경쟁으로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수수료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증권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인력감축, 임금삭감, 부서 및 지점 통폐합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는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지금 증권업계는 추락하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해 보인다. 마치 태양에 좀 더 가까이 가려다 녹아내린 이카로스의 날개처럼 말이다.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날개는 비극일 수밖에 없다. 모든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지만 날개가 비정상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면 이는 바로 추락을 의미한다.

현재 증권업계는 날개가 날개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보인다.

증권업계에는 그동안 1년 벌어 10년 먹고 산다는 말이 있었다. 국내 증권사들이 이에 너무 취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한,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시련과 맞닥뜨릴 수 있다. 그 와중에서 밑천을 드러내거나 까먹는 곳이 나오는가 하면 새로운 도약을 맞는 증권사도 분명 나올 것으로 보인다.

누가 급강하할지, 아니면 완만하게 떨어질지, 반대로 연착륙 후 재비상할지 내년에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김형곤 증권부장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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