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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신율> “아니다”와 “반대한다”의 차이
北 장성택 처형에 집중된 언론
민생 직결된 철도파업은 ‘뒷전’
“민영화 아니다” 되풀이만 말고
정부가 명확히 입장 표명해야


철도 민영화 문제로 노동계가 무척 시끄럽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철도 민영화 문제는 노동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문제는 국가의 기본 인프라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도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국가 전체의 문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 문제가 노동계 문제처럼 비쳐지는 것은 북한 사태에 대한 지나친 관심 때문이 아닌가 한다.

물론 장성택에 대한 처형이 사소한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갖고 연일 모든 방송과 신문이 대서특필할 문제인가는 다시 한 번 짚어볼 대목이라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종편의 경우 이제는 김정일 사망 2주기 ‘추도식’을 특보 형태로 하루 웬 종일 방송한다. 이런 거 보면 도대체 조선중앙방송을 보는 건지 아니면 우리나라 방송을 보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종편이 종북이 될 판이다. 그리고 장성택 처형이 북한 권력지형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남북관계의 미래를 점쳐보는 일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변화가 우리 사회에 엄청난 불안을 당장 야기할 것처럼 난리를 치는 행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장성택에 대한 내사는 올해 초부터 진행됐고 그의 측근들에 대한 처형과 숙청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진행돼 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북한발(發)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과 같은 왕조체제에서는 ‘왕’이 중요한 것이지 온건파가 득세한다거나 강경파가 득세한다는 용어 자체가 성립되긴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장성택의 죽음으로 김정은의 대남정책이 변화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논리도 성립된다. 그럼에도 각종 언론에서는 주로 이 문제만 보도한다.

반면 철도노조 파업은 북한 관련 보도에 밀려서는 안 되는 실생활과 사회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우리 국민이 죽어나가고 앞으로도 또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기도 하지만, 국가의 서비스를 받는다는 차원에서 국민의 권리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와 코레일 측은 그냥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고, 반대로 노조 측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민영화의 단계”라는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선 왜 민영화가 아니라고 하거나, 아니면 민영화의 전 단계라고 주장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들을 기회가 없다. 일반 국민들은 양측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서로 마주보고 돌진하기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만을 가질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자회사 설립은 민영화가 아니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입장이 애매하다. 무조건 아니라고 하지만 말고, 정부는 앞으로도 민영화를 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 직위해제된 수천명 직원들의 밥줄이 달려 있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직위해제이기 때문에 이들을 해직시킨 것은 아니라는 논리로 직위해제에 반대하는 움직임에 대한 대응 논리를 펴기도 하지만, 이는 문제의 핵심과는 전혀 상관 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제는 정부가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모호한 입장에서 벗어나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분명한 입장 개진을 할 때라는 생각이다. “아니다”와 “반대한다”의 차이는 엄청나다. “아니다”라는 것은 “지금은 아니다”라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는 변화무쌍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문제도 따지고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이었던 경제 민주화와 관련 깊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철도 민영화 그리고 지금 다시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는 국민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그래서 정부는 더욱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핵심 공약 이행 문제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확실한 입장 표명을 기대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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