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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명의들 ⑧> 선천성 기형아 초음파 조기진단 최고 전문가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
“40세 첫 출산? 겁먹지 마세요. 미리미리 준비하면 어렵지 않아요.”

지난 5일 서울소재 한 대학병원의 산부인과 분만실. 출산을 기다리는 20명에 이르는 산모의 연령표시에 20대는 찾기 어려웠다. 대부분이 30대 초중반이거나 40세에 가까운 산모가 주를 이뤘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모 전체 평균 연령은 31.6세였다. 초산 평균연령도 31.1세로 점점 높아지는 추세로 나타났다. 산부인과에서는 일반적으로 35세를 넘어 첫 출산을 하는 경우 ‘고위험 임신’ 종류 중 하나인 ‘고령 임신’으로 분류하는데 많은 산모가 30세를 훌쩍 넘겨 첫 출산을 하는 현실로 비추어보면 우리사회의 고령임신 문제는 심각한 수준인 셈이다.

고령 임신, 특히 40세 이상의 첫 임신은 난임으로 인한 시험관 임신의 증가로 인한 다태아 임신, 염색체 이상을 포함한 기형아 임신이나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등과 같은 합병증이 증가하기 때문에 태어날 아기의 건강에 대한 40세 이상 예비엄마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박미혜(48·사진) 교수는 모체태아의학 분야에서 한 길을 걸어온 최고전문가 중 한 명이다. 박 교수는 아기를 워낙 좋아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의대에 들어 와서 아기를 볼 수 있는 과를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소아청소년학과나 분만을 통해 아기를 직접 받아 볼 수 있는 산부인과 중에서 고민하게 되었어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다. 그런 면에서 박 교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산부인과 실습 중 산모 혼자 분만실에 들어 와서 아기와 함께 2명이 되어 퇴원하는 과는 산부인과밖에 없고, 이보다 보람된 일은 없는 것 같다고 하면서 다시 태어나도 산부인과를 하겠다던 전 이화여자대학교 의무부총장님인 우복희 선생님의 말씀이 감명 깊었다. 또 저에게 눈썰미가 좋다며 산과를 권유했던 저의 멘토인 안정자 교수님 영향으로 산부인과를 선택하게 되었죠.”

박 교수는 고령 임신이 20대의 임신보다 다소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산전검사와 기형아검사(염색체이상검사)는 반드시 하는 것이 좋고,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임신계획을 세운다면 고령 임신이라도 그리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박 교수가 가장 관심이 있는 분야는 초음파를 이용한 선천성 기형의 조기 진단 및 치료, 임신중독증의 조기 진단 및 조기 진통 등의 조기진단 방법에 관한 연구다.

“골형성부전증이라고 신생아 2만명당 1명꼴로 나타나는 희귀질환이 있어요. 태어나면서부터 앓는 병인데 뼈를 이루는 콜라겐의 양이 적어 부딪치거나 심지어 재치기만 해도 뼈가 부러지는 병이죠. 의학이 발전하지 못했던 시기에는 태중에 사망하거나 태어나서도 이유를 모른 채 잦은 골절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 안타까운 질환이었는데, 산전검사를 통해 골형성부전증 여부를 알 수 있고 미리 대책을 세울 수 있죠.”

박 교수는 몇 해 전 국내 최초로 골형성부전증을 산전진단으로 검사하는 방법을 보고했고, 이는 세계에서 두 번째라고 한다.

인터뷰를 위해 박 교수의 진료실에 들어서자 기자가 보기엔 똑같아 보이는 태아의 3D 사진이 쭉 걸려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냥 초음파로 아기들의 모습을 보는 게 좋아요. 태아를 보면 똑같은 태아가 한 명도 없어요. 봐도 봐도 예뻐요.”

초음파 검사도 원래 교수가 직접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박 교수는 직접 한다고 한다. 박 교수의 태아사랑은 유별나다. 태아들의 3D 사진을 찍어서 병원에서 사진전을 열 정도다.

“아이를 워낙 좋아해 정년퇴임하면 유치원을 하나 운영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는 박 교수의 표정에서 아이를 정말 사랑하는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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