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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정대신 모험…김연아는 달랐다
강렬한 탱고·노란색 쇼트 의상
마지막 올림픽 무대 앞두고 파격


올림픽 타이틀을 지켜내는 무대. 게다가 최정상의 자리에서 현역 은퇴를 고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선수라면 리스크 높은 모험 대신 안전한 길을 택하게 마련. 있는 그대로, 하던 대로 보여주기만 해도 이미 월드 베스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심장의 ‘여왕’은 마치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듯 마지막 무대에서도 또 한 번 ‘도전’을 택했다.

‘피겨퀸’ 김연아(23)의 가려진 베일 속에 자리한 키워드는 ‘모험’이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 것처럼 그는 이번에도 자신이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택했다. 김연아는 8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막을 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피겨스케이팅대회서 204.49점을 받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한 차례씩 점프 실수를 했지만 올 시즌 여자싱글 최고점으로 여왕의 귀환을 알렸다.

김연아의 첫 번째 모험은 탱고곡 ‘아디오스 노니노’를 택한 프리스케이팅이다.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아버지를 여읜 뒤 만든 추모곡이다 보니 빠르고 강렬한 탱고 리듬에 슬픈 감성을 녹여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김연아가 “역대 가장 어려운 프로그램이다. 한 달 만에 후회했다”고 토로할 만큼 난도가 높다. 하지만 김연아는 변화무쌍하게 연주되는 곡에 몸을 싣고 자유자재로 은반 위를 날아다녔다. 탱고 리듬의 현란한 스텝과 다양한 턴, 그리움을 표현하는 연기력, 임팩트 있게 마무리하는 엔딩 등 ‘천의 얼굴’을 보여줬다. 수많은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이렇게 단 한순간도 쉬는 지점 없이 연기와 기술의 최고치를 쏟아낸 적은 없었다. 정재은 대한빙상연맹 피겨심판이사는 “굉장한 난도임에도 김연아만의 탱고가 탄생했다. 더욱 완성도 높은 연기와 기술이 더해져 역사에 남을 최고의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고 평했다.

두 번째 도전은 쇼트프로그램 의상이다. 쇼트프로그램 ‘어릿광대를 보내주오’ 코스튬은 6일 드레스 리허설에서 처음 공개됐다. 노란색은 김연아가 처음 시도한 컬러다.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일부 팬들은 “김연아 스타일이 아니다”고 실망감을 표하며 디자이너의 홈페이지를 마비시켰고, 다른 한편에선 “프로그램 분위기에도 맞고 김연아만이 소화할 수 있는 의상이다”고 지지했다. 김연아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는 “곡의 느낌에 맞게 따뜻하고 포용하는 듯한 느낌을 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디자이너와 상의 끝에 의상을 선택했다는 김연아도 “처음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괜찮게 느껴졌고 주변에서도 예쁘다고 하더라. 만족한다”고 밝혔다. 의상은 전체적인 프로그램 구성ㆍ안무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결정적인 채점 기준은 아니지만 때로는 선수의 연기에 날개를 달 수 있고, 때로는 선수와 프로그램 매력을 반감시키기도 한다. 특히 노란색은 소위 말하는 ‘올림픽 컬러’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김연아는 가장 익숙하고 안전한 선택인 블루나 블랙 대신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색상, 올림픽에서 금기시되는 컬러로 상식을 뒤엎었다. 미국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닉 베레오스는 “샤르트뢰즈 색상(연둣빛이 도는 노란색)을 바탕으로 시폰 소재의 소매와 레이어드 스커트를 선보였다.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색깔이지만 김연아는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극찬하며 김연아의 모험에 힘을 실었다. 김연아의 멈추지 않는 도전이 2014 소치올림픽에서 어떤 결과로 맺어질지 기대된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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