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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정덕상> ‘방공식별구역’ 갈등 푸는 창조외교
일본을 거쳐 중국, 한국을 순방하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방공식별구역(ADIZ)으로 촉발된 갈등의 중재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뜨뜻미지근하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는 입장차만 확인했다. 일본에는 중국과 위기관리체제를 구축하라고 조언했다. 편을 들어줄지 알았던 일본은 잠자는데 귀에 물을 붓는 격이라고 서운해했다.

한국 역시 관할수역인 이어도 상공을 비행할 때도 사전에 허락받으라는 중국의 오만한 ADIZ선포에 주권국 체면이 말이 아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전략과 신형대국을 꿈꾸는 중국몽(中國夢),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ㆍ일 영토분쟁에 어쩔 수 없이 빨려 들어가는, 그야말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셈이다.

국내 여론도 점차 격앙되고 있다. 미묘한 한ㆍ중 갈등이 해법을 못 찾는 한ㆍ일 관계와 비슷해질까 우려된다. 전 세계에서 중국에 가장 많은 수출을 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여론이 들끓어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일이 생기면, 정치 지도자들은 자국민들의 입맛에 맞는 험한 말만 하게 된다. 관계악화의 악순환이다. “마라도, 홍도를 방공식별구역에서 빼먹었다”는 식의 호도성 비판에 휩쓸려 포플리즘 대책을 세우면 곤란하다는 말이다.

정부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국제적으로 공인된 비행정보구역(FIR)과 일치시켜 마라도, 홍도 이어도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라도ㆍ홍도는 일본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는 중국방공식별구역에 포함돼 있다. 양국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최대우방인 미국이 적극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제공권, 제해권 군사작전상 어려움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이 보유한 함정 중 대양작전이 가능한 4000t급 이상 전투함은 9척(KDX-2급 6척, KDX-3급 3척)이다. 해외 파병ㆍ정비ㆍ대북경계를 빼면 이어도해역 투입은 불가능하다. 이어도 일대에서 중국 일본 전투기를 상대할 수 있는 4세대 전투기도 턱없이 부족하다. 방공식별구역을 설정만 해놓고 타국 전투기들이 놀이터에 들락거리듯 방관한다면 국가망신이다.

영유권 분쟁에 대비한 군비태세 확충은 장기적으로 필요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지역안전을 명분으로 상대국을 설득하는 외교전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한국은 지정학적이나 경제적으로 미ㆍ중ㆍ일 삼각갈등의 완충지대에 있다. 능동적으로 한ㆍ미 동맹과 양자 대화를 활용해 한ㆍ중ㆍ일 관계 정상화를 주도할 능력이 있다. 중국도 미ㆍ일과 직접 충돌할 때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ㆍ미ㆍ일 동맹의 접착력이 떨어질수록 중국의 현상타파 유혹이 커지는 건 자명하다. 미ㆍ일, 한ㆍ미 동맹의 연결고리는 한ㆍ일 관계다. 안보ㆍ경제와 과거사를 분리 대응하는 게 현명하다. 중단된 한ㆍ중ㆍ일 3국 정상회담의 성패도 한국에 달려 있다는 건 공지의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적극적인 액션을 보일 필요가 있다. 과거의 틀을 벗는 창조외교가 필요하다. 

정덕상 (정치부장) jpur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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