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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미래 꿈과 바꾼 최고 학업성취도 의미없다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대한 외신 반응이 충격적이다. 스웨덴의 한 일간지는 “한국의 PISA 순위는 세계 최고지만 아이들은 미래에 대해 꿈을 꿀 시간이 없다”고 보도했다. 서울의 한 남자 고등학교를 방문해 하루 12시간씩 공부하고도 다시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일과를 목격하고 타전한 기사다. 또 정글 같은 학교에서 성적경쟁에 시달린 학생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게 집단 따돌림과 심지어 자살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교육당국과 교육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

PISA는 3년마다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되며 한국은 매번 최상위권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번 평가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은 수학 읽기 과학 등에서 최고 수준의 학업 성취도를 나타냈다. 그러나 목표의식이 부족해 학업흥미도는 정반대로 바닥권을 헤매는 것으로 평가됐다. 외신들은 이 대목을 주목한 것이다.

한국을 방문 중인 김용 세계은행 총재의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김 총재는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개소식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공부만 시키는 시스템에서는 창조경제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교육혁신을 통해 창조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지하다시피 김 총재는 세계은행을 맡기 전까지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와 다트머스대 총장을 지낸 교육 전문가다.

우리 학생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내버려둬선 미래가 없다. 입시 위주의 교과과정을 기계적으로 이수한 학생들에게선 김 총재의 지적처럼 도전정신과 창의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교육만 바뀐다하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가 먼저 변해야 한다. 학력과 학벌보다는 개인의 능력과 적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성공할 때까지 수십 수백번 실패해도 용인하고 받아들이는 관용도 필요하다. 이런 환경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교육도 변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는 것이다.

학생들의 학업능력은 물론 중요하다. 오늘의 한국을 일군 것은 교육에 대한 열정과 투자가 그 기반이 됐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꿈, 창의력, 미래와 맞바꾼 최고의 학업성취도는 아무 소용이 없다. 그게 죽은 교육이라는 사실은 누구보다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건다는 결연한 각오로 교육개혁에 나서야 할 때다. 대한민국 재도약의 동력은 교육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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