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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이민화> 아관파천 데자뷔? 한국에게 러시아라는 대안
미·중·일 한반도 둘러싼 긴장
구한말 국제질서 떠올리게 해
에너지·식량안보 중요한 파트너
한국 외교 새 옵션으로 부상


미국, 중국, 일본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긴장을 높여가고 있다. 식자들은 구한말 국제질서의 데자뷔를 떠올리기도 한다. 아닌게아니라 한국 외교의 돌파구로 러시아가 자연스럽게 부상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극동 러시아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 보기로 하자.

블라디보스토크는 중국의 단동과 같이 동방의 지배라는 의미다. 러시아의 이반대제가 몽골의 지배로부터 독립한 1480년에서 불과 400년이 안 된 1860년 극동에 도달해 동방지배의 거점으로 건설한 도시다.

당시 만주지역은 청제국의 발상지로, 유조변(柳條邊)을 구축해 출입을 통제한 봉금지역이었다. 우리의 사촌인 여진족의 청제국이 러시아와 벌인 알바진전투에 조선군도 참여해 러시아와 최초의 전쟁기록을 남긴 바도 있다. 우리에게는 나선(羅禪)정벌로 알려진 1, 2차 전투다. 알바진 전투 이후 네르친스크조약으로 국경 분쟁은 일단락되고 러시아의 동방 진출은 일단 좌절됐다. 이후 1860년 북경조약으로 러시아는 어부지리로 꿈에 그리던 태평양의 부동항인 블라디보스토크를 얻게 된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와 나진, 훈춘의 두만강 삼각지대는 예로부터 농업과 교역의 중심이었다.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동부여는 기록에 의하면 동해 바닷가의 농사가 잘되는 지역이라 하니 두만강 삼각지대를 비정할 수도 있다. 고구려를 거쳐 이후 발해까지 이 지역은 한민족 활동의 중심지역으로서 지금도 각종 유적들이 출토되고 있다. 

이후 이 일대는 여진족의 본거지가 돼 조선과 분쟁이 지속된 지역이다. 이
순신 장군이 여진과 싸우던 녹둔도가 바로 두만강 가운데 있는 섬 아닌가.
청제국이 중원 점령 이후에는 중국 통치를 위해 여진족은 모두 중국으로 이
동하되 후일을 위해 비워뒀던 것이다.

아편전쟁 이후 청조의 몰락이 확연해지고 국경 통제가 완화된 이후인 1860년께부터 조선의 유민들이 대거 이 지역으로 몰려들어 초기 고려인 사회를 형성하게 됐다. 소위 북간도인데 이는 원래의 한민족 거주지역으로의 귀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한일강제병합 이후 독립투사들을 비롯한 2차 고려인 이주가 시작되고 그중에 안중근 의사를 후원한 최재훈 선생과 헤이그 파견된 이상설 선생 등이 있었다.

이 지역에 1860년 도시를 건설한 러시아는 당시 대한제국의 외교적 각축장에 뛰어들어 아관파천을 통해 정치의 중심으로 부상했던 것이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구한말 열강의 각축 속에서 방황하던 대한제국의 고민이 그대로 지금의 대한민국에 투영되고 있다. 러시아가 새로운 국가전략의 옵션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각축 속에서 지난 11월 새로운 한ㆍ러 관계를 모색해 보는 ‘한ㆍ러 지식포럼’이 블라디보스토크 영사관 주최로 열렸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제국의 부상을 위해 동방정책의 중심으로서 블라디보스토크를 태평양의 중심으로 만들고 있다. 작년 APEC 회의 개최로 거대한 전략의 일부를 노출한 셈이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유라시안 구상이라는 대륙횡단 전략을 발표했다.

이제 양국의 전략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나게 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달리면 이르쿠츠크에는 사흘 만에 다다르고 우리 민족의 성지인 바이칼호를 접하게 된다.

한국과 공존ㆍ번영의 동반자로서 러시아는 너무나도 소중한 외교적 대안이다. 에너지, 자원, 과학기술의 보고다. 한국의 취약점인 식량자원과 수자원에 대한 해법도 갖고 있다. 특히, 안보 차원에서 26%라는 세계 최저 수준의 식량자급률은 심각한 문제다. 당장의 경제적 관점에서는 타당성이 결여될 수는 있으나, 기후변화 리스크를 감안할 때 에너지보다 중요한 안보 차원의 최우선 과제다. 초기에는 사료 혹은 바이오 연료의 대안으로 육성하되 궁극적으로는 미래 식량안보의 안전판으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고려인들의 사회적 위치 또한 자연스럽게 부상하게 될 것이다.

이민화 (KAIST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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