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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김학수> 성적보다는 행복한 삶이 먼저다
최근 미국 CNN 방송이 ‘한국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하는 10가지’를 선정해 관심을 모았다. 인터넷 환경과 신용카드 사용, 일 중독문화, 폭탄주 문화 등과 함께 한국 여자 골퍼들이 꼽혔다.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박인비가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하는 등 세계 랭킹 10위권에 4명이 포함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CNN이 이런 별난 기획을 보도한 것은 아마도 면적은 자그마하지만 유별난 문화현상을 많이 갖고 있는 한국의 실태를 꼬집어 보려고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한국 여자 골퍼들의 선전도 미국 언론입장에서는 호기심과 궁금증의 대상이었다. 개인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미국, 일본 등에 비해 골프장 환경이 크게 떨어지는 한국 여자 골퍼들이 LPGA무대에서 그동안 108승을 거둔 것을 불가사의한 일로 비쳐졌을 것이다.

1998년 박세리가 메이저 대회 2승을 포함해 4승을 올리며 루키로서 세계 골프계에 신데릴라로 화려하게 등장한 이후 한국 여자 골프는 ‘대디골프’ ‘마미골프’가 비결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부모에 대한 골퍼들의 의존도가 컸기 때문이었다. 자식을 앞세운 비즈니스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 같은 편견은 박세리가 아버지 박준철 씨의 지도로 정신적으로 강인하고 정교한 스윙을 만들어 세계 정상에 올라서면서부터 제기됐다. 골프 스코어를 줄이는 것을 빼고는 일체의 개인활동도 하지 않고 모든 존재감을 골퍼에 맞추도록 한 박세리 아버지의 스파르타식 훈련과 교육 방법이 한국에 있는 어린 골퍼들의 부모들에게 롤모델이 됐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박세리가 세계 정상의 기량을 한창 뽐낼 때, 애완견인 ‘비글’의 이름을 ‘해피’라고 부를 정도로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는 얘기도 들렸다. 이러한 미국 언론의 보도를 접할 때마다 썩 유쾌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박세리 이후의 신세대 여자 골퍼들은 실제로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박인비는 골프 선수로서 중압감을 이기기 위해 시, 피아노, 사랑 등을 즐기며 정서적인 삶을 추구한 것이 올해 안정된 경기력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랭킹 4위 유소연도 부모에게만 기대서 경기를 한다면 위기를 만날 때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기가 쉽지 않았다며, 자신만의 독립적인 골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모로부터 독립한 한국 골퍼들의 개인적인 삶은 이미 일반화됐다. 박세리(25승), 신지애(11승), 박인비(9승)에 이어 7승으로 한국선수로는 네 번째 LPGA 승수를 기록하고 있는 최나연은 박세리 전철을 따라 부모와 함께 1년 반 미국에서 함께 생활했으나 전혀 성적을 내지 못하다 부모가 떠난 후 3개월 뒤 처음으로 LPGA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최나연은 정신력과 몸을 가다듬는 방법으로 골프채 대신 요리를 즐기고 있으며, 신지애는 음악을 많이 들으며 긴장을 풀고 독실한 신앙을 노래한 찬송가 CD 2개를 출시하기도 했다.

한국 여자 골퍼들은 이제 성적에 매몰되기보다는 개인적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더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새로운 성공 모델이 바뀌었다. 더 이상 미국 언론 등에서 한국 여자 골퍼들이 특이한 골프문화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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