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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박지영> 미술관 레스토랑에 놀러 갑시다
영국 런던의 미술계에서는 이런 우스갯소리가 떠돈다.

“미술관을 먹여살리는 것의 8할은 전시가 아닌 레스토랑이다”라고. 런던 내 유명 미술관이 앞다퉈 레스토랑을 고급스럽게 치장해 운영하는 것을 비꼰 말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런던의 미술관 내 레스토랑을 가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인테리어, 메뉴, 분위기 등을 보면 한 번쯤 들르고 싶다. 순수한 미술관에 웬 레스토랑 타령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미술관이 성공하려면 레스토랑 사업은 필수조건이 됐다.

런던 시내 중심가에 ‘월리스컬렉션’이라는 미술관이 있다. 18세기 프랑스 미술을 방대하게 소장한 곳으로,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월리스컬렉션은 입장권 수익을 포기한 대신 레스토랑 운영 등 부대사업으로 미술관 수익구조를 탄탄히 하고 있다. 마치 마리 앙투아네트가 어디선가 튀어나올 것 같은 우아한 프랑스풍 방에서 런더너들은 오후의 차 한잔을 즐긴다. 샌드위치 몇 조각과 차 한잔이 12파운드(약 2만2000원)로 좀 비싼 편이지만 오후 티타임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다.

템스강 변에 있는 ‘테이트 현대미술관’ 건물 6층에 가면 스테이크와 와인 등을 파는 고급 레스토랑이 있다. 런던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광경을 보면서 식사를 한다. 그런데 이곳 레스토랑은 항상 사람들로 꽉 차 자리가 없다. 테이트현대미술관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이곳 레스토랑이 2011년에 벌어들인 수익은 90만3000파운드(약 15억원)이다. 전해에 비해 매출이 50% 이상 늘면서 미술관 경영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런던 남서부에 위치한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V&A)’은 장식미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이곳에선 전시 외에 꼭 가봐야 할 곳이 더 있다. 영국의 전통차와 케이크, 샌드위치 등을 파는 레스토랑이다. 이곳에선 중년의 영국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이들은 미술관에 들렀다기보다는 친목모임을 위해 이곳에 온다. 마치 자기 집 거실에서처럼 편안하게 앉아 이야기를 소근소근 나누다 집으로 돌아간다. 미술관의 레스토랑이 시쳇말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아니라 미술을 모르더라도 누구나 친숙하게 들를 수 있는 일종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듯 런던의 이름깨나 하는 미술관은 레스토랑 사업에 전력을 다한다. 물론 좋은 전시가 기본이고 그 외의 수익 사업도 열심이란 얘기다. 지난 1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서울의 중심지인 소격동에 새로이 문을 열었다. 레스토랑과 카페마당 등 부대시설도 화려하게 들어섰다. 모두가 기다려온 이 미술관이 전시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으로도 입소문이 나길 바란다. 그곳에 레몬케이크가 맛있었다며 또다시 미술관에 들르는 선순환이 이어지길 바란다. 그래서 미술관이 더는 난해한 현대미술을 보러 가는 곳이 아닌, 언제고 마음이 동하면 들를 수 있는 친숙한 미술관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북적이는 사람들로 인한 카페와 레스토랑의 수익은 덤으로 얻는 행운이다.

박지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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