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한 아파트에 사는 A(24ㆍ여) 씨는 지난 14일 저녁 10시께 이 아파트단지 내 쓰레기장 옆 풀숲에서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려다가 과자와 함께 초록색 액체가 담겨있는 그릇을 두 개 발견했다. 경비실 등을 통해 확인해보니 ‘물쥐약’이었다. A 씨와 경비원은 길고양이를 죽이기 위해 주민 누군가 살포한 것으로 추정했다. 16일 새벽 2시에도 A 씨는 이곳에서 참치에 쥐약이 섞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비실에 얘기한 뒤 이날 새벽 2시45분께 인근 서울 송파경찰서 잠실지구대에 신고했다.
A 씨는 “쥐약이 살포됐는데, 쥐를 잡으려는 게 아닌 것 같다. 쥐약을 살포한 사람을 단속해달라”고 경찰에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은 ‘쥐약 살포자까지 찾아야 하는가’란 안일한 대응으로 비난을 자초했다. 신고를 받은 지구대 근무 경찰관은 “동물은 우리 관할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쥐약살포가 동물보호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난 뒤에야 마지못해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현행법은 쥐약을 놓을 때에는 오직 쥐만 접근 가능하게 살포를 해야 한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쥐약을 살포하면 고양이, 개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에게도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어 위법에 해당한다.
현장조사에 들어간 경찰은 특히 “쥐약을 놓은 당사자 입장도 들어봐야 하지 않겠느냐. 쥐약은 쥐를 잡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이 경우 처벌할 수 없다. 새벽에 이 부근을 세번 순찰하는 등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말한 뒤 쥐약을 수거하지도 않은채 자리를 떠났다. 이에 A 씨는 쥐약을 수거해 보관 중이다.
이 내용을 전달받은 동물자유연대 측은 18일 해당 지구대에 연락해 당시 경찰의 초기대응을 문제삼고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순찰 강화를 요구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쥐약은 쥐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 설치해야 한다. 아무런 장애물도 없이 쥐약을 설치했을때는 사람도 위험해질 수 있다”면서 “쥐약 살포가 위법 사항인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경찰이 이를 몰라 초기 대응이 적절치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경기도 일산에서도 발생했다. 일산의 한 아파트에 쥐약이 대량으로 살포된 것을 주민이 발견해 살포자 단속을 주문한 것이다.
동물사랑실천협회 측은 “무분별한 쥐약 살포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길고양이는 적정 개체수를 유지하면 쥐의 번식을 억제할 수 있다. 쥐약을 놓으면 길고양이 수가 줄어 오히려 쥐의 번식이 왕성해진다”고 설명했다. 현재 쥐약 살포는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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