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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강우현> 재활용 살아있나?
내버리기만 할 게 아니라
써 버릴 궁리 해야 할 때
상상·지식·경험·아이디어
재활용은 융합경제의 기본


22년 전에도 우리나라 어린이 공책은 매우 사치스러웠다. 종이는 최고급이었고 표지에는 금박까지, 공책만 좋으면 공부도 잘 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91년에 시작된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은 두 가지 활동을 축으로 삼았는데, 그 하나가 자원 재활용운동이었다. 우리의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까지 오늘의 자연환경이 남아있게 하려면 자원을 아껴 쓰는 일, 그중에서 종이 재활용운동이 가장 먼저 시작됐다. ‘100만 명의 어린이가 재생공책 한 권씩을 쓰면 15년 묵은 나무 5만그루를 베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세계 60여 개국의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검소한 공책들을 모아 우리나라 공책들과 비교하면서 91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처음 선보인 우리나라의 재생공책 보급 운동은 시작부터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주었다. 재생공책을 사용하는 학교들이 늘어가면서 지방자치단체나 시민단체, 종교계와 군인들까지도 재생공책 보급 운동에 동참했다. 문구업체들까지 가세, 정부의 구매물자 품목에까지 들어갈 정도가 되었다. 명함이나 연하장, 포스터, 홍보물 브로슈어에도 재생지를 사용하기 시작하고 빈 병이나 캔류, 심지어는 넥타이나 헌 옷가지를 바꿔 입거나 종이 공예품 공모전까지 생겼다. 그즈음 재활용은 우리 사회의 미덕으로 정착하는 듯했다.

재활용은 습관이다.

12년 전의 남이섬은 행락객들이 먹고 마시고 춤추며 놀다가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IMF를 겪으면서 손님은 줄고 빚은 늘어가면서 회사는 날이 갈수록 어려워졌다. 재활의 길을 모색한 것은 쓰레기 재활용이었다. ‘있는 대로 써먹고 가진 것으로 살려 보자’는 각오 아래 ‘쓰레기를 쓸 애기로!’ 버려지는 쓰레기들을 애기처럼 소중하게 다루며 재창조해 보자는 것, 역발상 경영이란 말을 처음 쓰기 시작했다. 2001년 말, 드라마 겨울연가의 성공으로 재활용 정책은 환경경영이란 별칭으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었다. 건축자재나 돌멩이에 나무토막까지, 지금도 남이섬의 재활용 비율은 70%쯤 된다. 처음에는 돈이 없어서 재활용했고 지금은 습관적으로 절약과 재활용을 한다. 직원 정년은 80세, 60세까지는 신입사원으로 입사할 수 있게 했더니 “사람도 재활용합니까?”라는 우스개까지 들린다. 지난주 후미진 구석에 자그마한 정원을 하나 만들었다. 여름정원, 추운 겨울에 손님들이 찾아와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재활용은 융합의 기본이다.

요즘 경제가 어렵다고들 한다. 주변에 사업하는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실제로 어렵다. 근데 가만히 살펴보면 동의하기 어려운 일들도 많다. 공공예산 편성이나 집행하는 걸 보면 ‘내 돈이라도 저렇게 쓸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기업들이 허리띠를 죄고 있다지만 푼돈 아끼다가 큰돈을 날려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인도 마찬가지, 쓸 것 다 쓰고 남이 하는 것 다 하려니 항상 월급이 불만이다. 뭔가를 잊고 있는 듯하다. 6ㆍ25 때가 아니더라도 IMF(외환위기)를 거쳤고 불경기도 한두 번이 아닌데 올챙이 적을 쉽게 잊어버린 건 아닌지? “기왕이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뭐든지 최고만을 고집하다가 낭비하거나 버리는 것들이 적지 않다. 사무실에서, 공사장에서, 가정에서 버려지는 물건들의 쓸모를 다시 찾아본다. 내버리면 청소, 써버리면 창조라 한다. 기왕이면 써버릴 궁리를 할 때다.

환경경영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재활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물건만이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는 상상 재활용, 폐기된 사업 계획의 아이디어 재활용, 낡아빠진 지혜 지식을 다시 뒤집어보는 지식 재활용, 퇴직자를 다시 불러 쓰는 경험 재활용, 융합경제의 기본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일상 속에서 재활용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할 때다.

강우현 (상상디자이너/남이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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