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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사학연금 21% · 군인연금 50% 정부가 보전…‘밑빠진 독에 물붓기’
국가재정 갉아먹는 사학연금 · 군인연금
사학연금, 소득신고·건보 가입내역 없이 지급
군인연금도 7월까지 부정수급액 15억원 달해
천문학적 세금 투입 불구 주먹구구식 운영

군인연금 이미 바닥…내년 적자 2조2895억원
사학연금 대상자 15%만 신청해도 2033년엔 고갈



사립학교연금(사학연금)과 군인연금은 자신들이 낸 돈뿐만이 아니라 국민이 낸 혈세를 충당해 연금을 보전받거나 보전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바람에 ‘한국의 신형 카스트 제도’라는 말을 들을 만큼 대표적인 불평등 연금으로 꼽힌다. 국가는 사립학교 교원의 연금 중 21%를, 군인은 50%를 내준다. 낸 돈보다 많이 받아가는 구조로 군인연금은 1973년부터 고갈됐고, 사학연금도 2033년에는 바닥이 난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대변하듯이 교직을 신성시하고, 생명을 담보로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한 군인에게 각별한 의미를 두는 우리나라에서 이들이 안락한 노후를 보내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일반 기업체에서 ‘삼팔선’(38세면 명예퇴직 대상),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라는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에서 사학연금과 군인연금은 ‘귀족연금’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국가는 사립학교 교원의 연금 중 21%를, 군인은 50%를 내준다. 낸 돈보다 많이 받아가는 구조로 군인연금은 이미 1973년부터 고갈됐고, 사학연금도 2033년에는 바닥이 난다. [헤럴드경제 DB}

▶국가재정 갉아먹는 주범 불명예=사학연금은 1975년 사립학교 교원에게도 공무원 연금제도와 동일한 사회보장제도가 필요하다는 ‘선생님’들의 요구에 의해 도입됐다. 사학연금은 2013년 9월 말 현재 6272개 기관 4만8289명, 자산규모는 2012년 기준으로 연금자산과 국가위탁 학자금 포함 14조865억원 수준이다. 연금지급액은 퇴직급여, 유족급여, 재해보상 급여, 그리고 퇴직수당급여를 합해 2012년 1조6680억원 수준으로 늘어나 명실상부한 주요 직역연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기금 규모는 2022년 23조8000억원에서 정점을 찍은 뒤 급속히 줄어들어 2033년께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나마 2010년 연금재정 안정화를 위한 연금부담금 및 급여 산정 기준을 변경하는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법’ 개정으로 고갈 시기가 2024년에서 9년가량 늦춰진 덕이다.

전체 가입자 대비 수급자 비율을 의미하는 부양률은 2011년 14.86%에서 2015년에는 54.1%를 넘어설 예정이다. 2015년이 되면 현직에 있는 교사 한 명이 낸 연금부담금으로 현재 퇴직자 한 명의 수령액도 채우기 어렵다는 의미다.

사학연금 재정수지도 2011년 9366억원 흑자에서 2035년에는 6조3690억원 적자로 추락할 전망이다. 이 적자 폭은 결국 정부가 세금을 이용해 보전해 줘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군인연금의 경우에는 보다 심각하다. 1963년 군인연금법 제정으로 공무원연금에서 분리된 군인연금은 20년 이상 근무한 중사 이상 군인에게 연금을 수여함으로써 비교적 정년이 빠른 군인들의 퇴역 후 기본적인 생계를 보장해 주자는 차원에서 도입·시행되고 있다.

‘조금 내고 많이 받는 구조’로 짜여 있는 바람에 1973년부터 매년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다. 개혁에는 손도 못 대고 있다. 지난달 기획재정부 분석 결과, 군인연금의 내년 적자 규모는 2조2895억원으로 정부의 재정자금 수혈이 불가피하다.

2001년 5514억원이었던 군인연금 국고보전금은 2010년 1조원대에 진입했으며 내년까지 총 누적액은 14조1539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의 미래 영공을 책임질 차기전투기(F-X) 사업이 8조3000억원이라는 예산 제한에 발목 잡혀 무산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국민의 입장에서는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운영상 곳곳에서도 허점=받는 데는 익숙하고 버는 데는 소홀한 탓일까. 기금은 바닥나고 있는데 연금 운영은 주먹구구식이다. 평생을 후세 양성을 위한 교육 현장과 격오지를 떠돌며 국가안보에 기여한 이들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사학연금과 군인연금 관리 부실은 심각한 형편이다.

사학연금은 200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민연금과 연계한 공적연금 연계제도로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직역연금 재직기간을 합해 20년이 넘으면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대상자 중 15%만 신청해도 2033년이면 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사학연금 재정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음에도 불구, 조건을 확인조차 하지 않고 턱턱 가입자격을 부여했다.

2010년엔 316명이 소득신고도 안 돼 있고 직장 국민건강보험 가입 내역도 없었지만, 공단 측은 학교에서 발급한 근로소득내역서를 국세청 확인 없이 인정했다. 이들은 사학연금 가입 대상자가 아님에도 임의로 가입했을 가능성이 커 가뜩이나 어려운 사학연금 재정에 부담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2011년 감사원 감사에서는 연금 가입 대상이 될 수 없는 5개 대학법인, 299명의 대학병원 근무 전문의가 사학연금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군인연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선 연금관리 소홀로 부정수급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올들어 지난 7월까지만 해도 군인연금 부정수급으로 환수가 결정된 금액은 15억7000만원에 이르렀다. 범죄로 인해 수급자격을 상실한 퇴역군인에게 6억6500만원이 지급되는가 하면 사망자에게 잘못 지급된 금액도 5억3700만원에 달했다. 특히 같은 기간 부정수급 군인연금 환수액은 9억2000만원으로 회수율이 59%에 그쳤다.

초라한 연금 운용수익률도 사학연금과 군인연금의 문제점으로 매번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 7월 발간한 ‘2012 회계연도 결산 중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여유자금 운용수익률에서 7.02%를 기록한 반면 사학연금은 6.63%에 그쳤다. 특히 군인연금은 3.05%로 공무원연금까지 포함한 국내 4대 공적연금 가운데 ‘꼴등’을 기록했다.

▶연금재정 한계 달해…개혁 시급=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장 파산상태나 다름 없는 군인연금이나 10~20년 뒤 연금재정이 고갈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사학연금 모두 서둘러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잔디 참여연대 간사는 “특수직 연금 개혁과 관련해 국민연금 수준으로 하향평준화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교사나 군인은 장기근속이 보장돼 있어 연금 액수가 커지는 게 반발을 부르고 있는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은 “특수직 연금이나 일반 공무원연금 모두 2040~2050년이면 재정위기가 온다”며 “근본적으로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을 적용해 덜 받아가야 하는데 국민들의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군인연금과 관련해서는 보다 직접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대원·원호연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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