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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홍길용> ‘폭력의 추억’에 사로잡힌 새누리
일명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85조는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안건을 직권상정할 수 있는 3가지 경우를 정하고 있다. 천재지변, 전시ㆍ사변 등 국가 비상사태,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 등이다. ‘상임위 재적 의원 5분의 3 찬성’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여기에 ‘야당의 반대’도 넣자고 나섰다.

코미디다. 민주주의 한다는 나라에서는 여당의 정책에 야당이 반대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니까 야당이다. 그런데 야당의 반대를 무슨 천재지변이나 국가 비상사태인양 다루자는 게 최경환 원내대표 등 일부 새누리당 의원의 뜻이다. 더욱이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라는 직권상정 조건을 놔둔 채 ‘야당의 반대’를 추가하자고 한다. 반대를 해도, 합의를 해도 직권상정이다. 아예 ‘5분의 3’을 없애고 싶은데, ‘1년 만에 선진화법 없앤다’는 비난 피하려다 보니 나온 꼼수다.

이번 코미디의 기획 의도는 분명하다. 정치가 아니라 전쟁을 하자는 뜻이다. 과반만 넘으면 전체를 다 갖겠다는 속셈이다. 날치기와 폭력이 난무하던 시절에 대한 향수다. 과거 군사쿠데타 등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5분의 3이란 조건이 ‘과반’을 차지한 정당에 가혹할 수도 있다. ‘승복’의 미덕에 인색한 야당이 지겹고 얄미울 법도 하다. 하지만 헌법은 과반 출석과 과반 찬성이라는 일반적인 의결 조건 외에 ‘법률’로 조건을 따로 정하는 것도 허용했다.

헌정이 시작된 이후 64년간의 ‘과반 시대’ 동안 국회는 대화와 타협 대신, 날치기와 폭력으로 점철됐다. 미반(未半)에 대한 학살이었다. 분당ㆍ합당 등으로 국민의 선택을 바꾸기도 했다. 그래서 65년 만에 나온 고육지책이 ‘5분의 3’이다. 새누리당의 근거지에 존재했던 신라(新羅)는 ‘5분의 3’보다 더한 ‘만장일치’ 화백제도로도 1000년 동안이나 존속했다.

‘5분의 3’이란 ‘비정상’이 ‘과반’이라는 ‘정상’으로 복구될 때는 날치기와 폭력이라는 우리 정치의 ‘비정상’이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상’으로 돌아갈 때다. 아직은 아니다.

홍길용 (정치부)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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