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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인작가의 반란…안방잡은 ‘비밀’ 드라마 생태계도 뒤흔들까
‘비밀’ 시청률 17.4% 고공행진
KBS 단막극 통해 발탁 신예
무명 유보라 작가 흥행 돌풍

드라마 공모제 중요성 확인
불합리한 제작환경 개선 조짐도


‘비밀(KBS2)’의 흥행은 ‘이변’이었다. 쟁쟁한 경쟁작(MBC ‘메디컬 탑팀’, SBS ‘상속자들’)들을 상대로 5회차, 역전 조짐이 시작됐다. 종영을 한 회 앞두고 13일 방송된 15회분은 17.4%(닐슨코리아ㆍ전국 기준)를 찍었다. 이쯤하면 ‘반란’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방송가의 관심사는 온통 ‘비밀’이다. 드라마 생태계마저 도마 위에 올려놓으며 뒤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비밀’의 반란은 드라마 산업을 향해 두 가지 화두를 던졌다. 단막극 활성화의 필요성과 드라마 생태계 개선 노력의 중요성이다.

각 방송사의 드라마국 PD들은 한결같이 ‘단막극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KBS가 주도적으로 단막극을 편성해 미래투자의 성과를 내자, 올해에는 MBC와 SBS에서도 단막극을 선보이며 신인 발굴에 나섰다.

KBS의 경우 해마다 극본 공모를 통해 신인작가를 뽑은 뒤엔 인턴작가로 6개월~1년의 훈련기간을 갖는다. 역량있는 PD들과 호흡을 통해 작업방식을 배워 미니시리즈 작가로 키우는 것이다. ‘비밀’을 쓴 유보라 작가가 대표적인 ‘차세대 종자’였다.


유 작가는 KBS 단막극 극본 공모를 통해 최우수상을 받으며 발을 디딘 신예로, 미니시리즈는 이번이 처음이다. KBS 미니시리즈 극본 공모를 통해 당선된 최호철 작가의 작품에 유 작가가 얼개를 덧대며 완성된 작품이 바로 ‘비밀’이었다.

이강현 KBS 드라마국장은 “탄탄한 대본으로 PD들의 주목을 받았던 ‘비밀’을 단막으로 훈련받은 유보라 작가가 꽃피우게 했다. 드라마 공모제도가 시장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프로젝트였다”며 “‘비밀’의 성공은 기존 상업적 장르에서 하기 힘든 다른 색의 드라마를 쓸 수 있는 단막 작가의 발굴한 덕이었다. 드라마 시장에서 단막극의 존재가치를 웅변한 좋은 예라고 본다”했다.

이름 없던 신인작가가 회당 5000만원을 상회하는 스타작가를 누르고 돌풍을 일으키자 드라마 외주제작 환경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주목했다.

방통위의 한 상임위원은 최근 수천만원대의 톱스타와 작가 없이도 흥행한 ‘비밀’을 거론하며 “국내 드라마 제작비의 80%를 특급 주연배우와 스타작가 3인이 가져가고, 스태프의 임금은 보조출연자보다 더 낮은 드라마 생태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 원인으로 제기된 것이 ‘선편성 후제작’ 환경이 불러온 ‘섭외전쟁’이다. 편성을 따내기 위해 경력ㆍ실력이 부재한 제작사가 톱스타와 톱작가 섭외에 주력하게 되며 부실제작사가 난립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방송사도 사정이 있다. 드라마 산업이 위기를 맞으며 자본투자와 광고 등이 여의치 않자 검증된 스타작가와 배우들의 이름값만 보고 편성을 맡기게 되는 것이다. 이강현 국장은 이 경우 “제작비의 상당부분은 톱스타와 톱작가의 출연료와 작가료로 돌아간다. 하지만 고만고만한 스토리로 자기복제를 반복하고, 유사한 드라마만 생산되고 있다. 전체적인 드라마의 질적 하락이 초래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방통위의 한 위원은 이를 타개할 방법으로 “드라마 제작사를 수상, 시청률, 규모 등의 실적을 통해 1군ㆍ2군으로 나뉘어 재정립하고 2군에선 성과에 따라 상위 30%를 1군으로 올라오는 구조를 고민 중이다”고 밝혔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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