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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합리성 결여된 금융회사 CEO 보수체계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 10곳을 비롯한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 65곳의 최고경영자(CEO) 연봉을 공개했다. 기본급과 성과급을 합해 금융지주사 CEO는 평균 21억원을 받고 있으며, 보험사와 은행은 20억원과 18억원 정도라고 한다. 많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입이 딱 벌어진다. 이들의 한 달 월급이 일반 근로자들의 몇 년치 연봉에 해당하니 그럴 만도 하다.

금융회사 CEO 연봉이 고액이라는 것 자체는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그만한 책임과 성과가 뒤따른다면 이보다 더한 연봉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금감원이 점검한 금융 CEO의 성과보수체계를 보면 고액 연봉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연봉산정체계가 허술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 CEO들의 보수는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일반적으로 40~60%가량이니 절반이 성과급이라고 보면 된다. 문제는 성과보수와 실적이 제대로 연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적이 좋다면 당연히 상응하는 연봉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그만큼 깎아야 이치와 상식에 맞다. 그러나 실적이 나빠 금융 CEO 연봉을 삭감했다는 소리는 여태 보지 못했다.

더 놀라운 것은 실적과 무관하게 성과 보수를 챙길 수 있도록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다. 가령 성과 목표를 전년 실적보다 낮게 잡아 계량지표를 양호하게 산출하는 수법을 썼다. 또 고과자의 주관이 크게 좌우하는 비계량지표의 평가 비중을 높여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기도 했다.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 금융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수백억원의 연봉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철저히 경영과 투자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받는 것이다. 만약 투자에 실패하거나 경영상 큰 손실을 끼치면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우리 금융 CEO들은 이런 리스크에 대한 책임과 거리가 먼 관리형 경영자가 대부분이다. 실제 은행 등 우리 금융회사들은 글로벌 경쟁보다는 담보 대출 등 쉽고 편안한 국내 장사에 열중하고 있지 않은가. 금융 CEO들의 고액 연봉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다.

물론 금융사 임원들의 급여는 강제할 일이 아니며 자율적으로 정하는 게 맞다. 하지만 성과보수체계의 투명성과 합리성은 확보해야 하며 금융당국은 이를 제대로 지키는지 꼼꼼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정권의 비호를 받으며 금융사 고위 임원으로 내려와 고액 연봉을 챙기는 ‘먹튀’는 철저히 제지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금융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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