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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년 섹스리스 노부부의 황혼 이혼 소송… 1ㆍ2심 엇갈린 판단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20년 넘게 성관계를 하지 않고 지내온 것이 이혼 사유가 되는지에 대해 1심과 항소심 법원이 엇갈린 판단을 내놨다.

남편과 9년째 별거 중인 A 씨는 부부가 함께 재산을 수십억대로 불리며 풍족한 생활을 해왔지만 부부관계는 원만하지 않았다.

부부는 결혼 10여년차에 접어들던 1980년께부터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 남편은 오랫동안 앓아온 전립선비대증을 핑계로 성관계를 거부했고, A 씨는 그런 남편이 자신을 버려두고 다른 여성과 관계를 맺고 다닌다는 의심이 들었다.

남편의 가부장적 태도도 불만이었다. 남편은 A 씨에게 종종 폭언을 퍼부었고 A 씨가 뇌진탕을 입고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로 폭행하기도 했다. 목 디스크를 앓고 있던 A 씨는 3주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남편은 한번도 병문안을 오지 않았다.

그러던 2004년 어느 날 남편과 크게 다툰 A 씨는 집을 나와 별거를 시작했고 2011년 이혼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남편의 ‘성적 유기’와 장기간의 폭언ㆍ폭행 등으로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부가 이혼하고 남편은 A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23년 섹스리스’를 이혼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가사3부(부장 이승영)는 원심을 깨고 A 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살아가면서 점점 무덤덤해져 성관계 횟수가 줄다가 딱히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성관계가 단절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성관계를 중단할 무렵 이미 쉰 살에 가까웠고 전립선 질환 때문에 성관계를 하기 어려웠다는 남편의 주장은 수긍된다”며 “성관계 부재가 부당한 대우라거나 이 때문에 혼인관계가 파탄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남편의 폭행ㆍ폭언도 진술이 엇갈리거나 증거가 부족해 이혼사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화와 설득으로 갈등을 해결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강조하며 “세 자녀가 훌륭히 성장해 독립했고 남편의 여생이 길지 않아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혼인생활이 A 씨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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