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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박병국> 빼빼로데이에 묻힌 지체장애인의 날
11일은 ‘빼빼로데이’다. 빼빼로처럼 날씬해지라는 의미로 여학생들끼리 주고받은 데에서 유래했다는 이 기념일은 제과업체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덕분에 어느덧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에 버금가는 ‘데이’가 됐다.

비싼 포장지에 담겨 판매되는 빼빼로를 사느라 사람들이 분주한 사이, 점점 잊히는 기념일이 하나 있다. 바로 ‘지체장애인의 날’이다.

올해 11월 11일로 13주년을 맞는 ‘지체장애인의 날’은 지난 2001년 숫자 ‘1’의 형상처럼 직립해 세상을 활보하며 복지사회를 실현하고자 하는 지체장애인들의 염원을 담아 제정됐다. 11월 11일은 지난 1986년 한국지체장애자협회(1993년 한국지체장애인협회로 명칭 변경ㆍ이하 지장협)가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날이기도 하다. 이 단체는 사업체를 운영하다 갑작스런 사고로 지체장애인이 된 고(故) 장기철 회장이 “장애인 문제는 장애인 이상의 전문가가 없다”며 처음으로 장애인 당사자가 중심이 돼 만든 단체다.

지체장애인은 등록 장애인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250만명의 장애인이 등록돼 있고, 그중 52%인 130만명이 지체장애인이다. 특히 우리 모두가 언제든지 지체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관심을 놓아서는 안 된다.

장애인이 행복한 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라고 했다. 움직임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이 맘 놓고 활보하고 다닐 수 있는 나라가 ‘소수’를 배려하는 나라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반대의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는 승강장과 전동차 간 넓은 간격으로 여성 장애인이 탄 전동휠체어가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여성은 이 사고로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

지체장애인들은 여전히 ‘일할 권리’ ‘이동할 권리’ 등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세상에 우뚝 서라’는 뜻을 담고 있는 ‘지체장애인의 날’이 빼빼로데이에 가려져서 안 되는 것처럼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은 지체장애인들의 권익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박병국 (사회부)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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