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젊은 명의들④ >고대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김동식 교수 “이식 가능한 ‘간’의 저변을 넓혀라”
의료분야에서 ‘장기(臟器)이식’만큼 드라마틱한 분야도 드물다. 온갖 치료방법을 다 써도 회생가능성이 없어 죽음의 문턱을 밟을 날만 기다리던 환자가 장기를 이식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재탄생’하기 때문이다. 장기이식은 ‘현대첨단의학의 꽃’이자 ‘의학분야의 종합예술’로도 불린다. 인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물론 면역학 등을 바탕으로 수많은 합병증과 거부반응, 예후 등을 체크해야하는 복잡하고 리스크가 많은 수술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내내 거의 수술에 매달려있는 고려대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김동식 교수(44)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간암 생체이식의 젊은 리더이다. 2004년 군 제대 이후 세계적인 간 이식 명의인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에게서 사사를 받았다. 아산병원 근무를 마치고 미국 신시네티 의과대학 이식 외과 교수로 2년간 재직햇던 김 교수는 2009년에 모교인 고려대안암병원으로 부임해 장기이식센터의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김 교수가 부임하고 얼마 안 돼 생긴 일화 한토막. 60세의 한 간암환자가 가족들의 간 기증이 모두 불가능해 뇌사자의 간 기증만을 유일한 희망으로 삼고 하루하루를 버티고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서울시내 한 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자가 발생했으나, 검사결과 60% 이상의 지방간 변성을 보여 기증 예정 환자에게 이식이 어렵다고 판단되어 버려질 계획이었다. 이 얘기를 전해 들은 김 교수는 소식을 듣자마자 즉시 해당병원에 가서 간 조직 검사결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고 이식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간을 적출한 후 이식을 실시했다. 비록 간이 최상의 상태는 아니지만 간이식의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기증자 간 이외의 요소, 즉 허혈시간, 수술 시간 등을 적절히 잘 조절하면 환자에게 이식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

“대기 순위가 한참 아래였지만 선순위 기증자들이 모두 포기하였고, 다행히 환자는 2011년 5월 간이식을 받아 건강을 되찾았죠. 수술 후 2년이 좀 더 지난 최근 검사에서는 기증자 간에 있었던 지방간 변성이 이제 완전히 사라지고 아주 건강한 간으로 탈바꿈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김 교수의 기민한 판단력과 환자를 살려야겠다는 사명감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생체 간이식의 경우 우리나라의 실력은 수술 건수나 생존율에서 세계최고 수준이다. 생체 간이식의 경우 이식후 1년후의 생존율이 가장 중요한데 김 교수가 지금까지 시행한 환자들의 생존율의 경우 1년 생존율은 95%에 달할 정도로 높다.


김 교수는 생체 간이식의 영역확장에 도전하고 있다. 혈액형이 다른 환자의 혈액형부적합 간 이식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뇌사장기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해 생체 간이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혈액형이 맞지 않는 가족, 형제들을 통한 간이식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뇌사자의 간을 여러 수혜자에게 나눠서 이식하는 분할 간이식, 12개월 어린이의 소아간이식 등 다양한 간이식에 도전하며, 이식 대기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김 교수의 이같은 도전이 가능한 이유는 그만큼 풍부한 임상경험과 뛰어난 술기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 정식으로 이식외과 교육과정을 완수한 외과의에게만 멤버가 될 자격이 주어지는 美 이식외과의사협회(ASTS) 정회원으로 국내에서는 정회원이 10명이 채 안된다.

김 교수는 간 이식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다시피 했던 고대병원에서 간 이식 전문 팀을 구성하고, 높은 이식 성공률을 거두며 고대병원의 브랜드이미지를 높이며 간 이식 분야를 빠르게 성장시켜왔다. 최근에는 몽골, 카자흐스탄 등 외국에서까지 간이식을 받기위해 환자들이 김동식 교수를 찾아오고 있을 정도로 김 교수의 실력은 정평이 나있다.

“얼마전 장기이식환자를 초대해서 의료진과 함께 야유회를 간적이 있었어요. 장기자랑대회에서 1년 전 중환자실로 들어온 환자를 소개했더니 아무도 못알아보더라구요. 그 환자는 간호사들 사이에서도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포기하고 모두 다 잊었던 환자였는데 그 환자가 멀쑥한 차림으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다들 얼마나 놀라는지...이런게 의사의 보람 아닐까요?”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