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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딩 산 뒤 한숨만 쉬는 당신…숨겨진 매력부터 찾아보세요
오피스 · 매장용빌딩, 이젠 종합관리 콘셉트 ‘가치투자’가 트렌드
공실률 중대형 7%대 중소형 14%
임차인 우위 불가피한 시장환경

저가매입 후 내·외관 리모델링
상권 분석후 임차인 신중 선택을

빌딩 잠재성 예상해 가치투자
시세차익·임대수익 두 토끼 잡기


# 5년 전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연면적 160.5㎡, 지하 1층~지상 3층짜리 빌딩을 10억원에 매입한 오경민(52ㆍ가명) 씨. 그가 사들인 건물은 당시 1층에 신문보급소가, 2∼3층엔 사무실이 있었고, 지하는 텅빈 상태였다. 총 임대보증금은 7500만원, 월 임대료는 400만원대였다. 연 5% 수준인 임대수익률이 낮다고 판단한 오 씨는 5000만원가량을 들여 건물 내ㆍ외관을 보수하고 임차인을 새로 들였다. 이 빌딩은 작은 무역회사가 입주해 전체를 임대 사용 중이다. 그는 보증금을 동결한 상태에서 월 임대료를 470만원으로 올렸고, 임대수익률도 덩달아 6%대로 높아졌다. 4년간 임대료를 동결했던 오 씨는 최근 입주업체의 임대료를 월 70만원가량 올리는 데 합의했다. 수익률을 따진다면 연 7% 이상. 이 빌딩은 5년 동안 가격도 2억원 이상 올라 12억5000만원 선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아울러 오 씨는 계약이 만기되는 임차인과 새로 입주하는 임차인에게 300만원가량의 현금을 줬다. 기존 입주인이 과거 건물주와 수년간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만큼 ‘오랫동안 있어줘서 고맙다’는 의미의 사례금이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분기 전국 상업용부동산 투자정보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ㆍ매장용 빌딩의 연 수익률은 5%대다. 2000년대 초반 13%대, 2008년 금융위기 직전 14%대의 절반도 못 미치는 빈약한 성적이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연 7%대 수익률에 시세차익까지 거두고 있는 오 씨의 사례가 흔치 않은 이유다.

그 비결은 뭘까. 단순한 자본투입 대신 ‘가치투자’ 개념을 빌딩에 접목시켰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투자법이란 임차인과 우호적 관계를 설정하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중대형 빌딩의 공실률이 7%대, 연면적 1000~3000㎡짜리 중소형 빌딩의 공실률은 14%에 달한다. 임차인 우위가 불가피한 빌딩시장 환경에선 어쩔 수 없는 수순이다. 


▶눈물겨운 빌딩 소유주의 임차인 모시기 전쟁=빌딩중개업체인 알코리아에셋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빌딩 투자에서 자본수익(시세차익)과 운영수익(임대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7 대 3에서 3 대 7로 역전됐다. 임대수익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건물주들은 장기간 고액의 임대료를 내주는 우량 임차인이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임차인 모시기에 혈안이 됐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임대수입의 ‘자가 할인’이다. 임대계약 후 일정기간 임대료를 낮춰주거나 매장ㆍ사무실을 무료로 사용하도록 한다. 빌딩 공실이 생기는 것보단 낫다는 일종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빌딩을 임대하면서 건물주가 인테리어 등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고수가 말하는 가치투자 비법은…‘수리해서 가치를 올려라’=임차인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건물주들도 대부분 직접 빌딩을 지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자 고수를 상대해 본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임차인 모시기보다 골라잡는 수단을 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핵심은 저가매입 후 내ㆍ외관을 바꾸고 상권을 분석해 먼저 오는 임차인을 고르는 것이다.

매년 전국에 20만동 안팎의 빌딩이 신규 공급된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신축 빌딩의 장점이 퇴색할 수밖에 없다. 빌딩거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 나온 빌딩 매물은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인 만큼 저렴하게 사들여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몸값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분석했다.

저가매물을 매입해 내ㆍ외관 리모델링을 하고 새 임차인 유치 및 기존 임차인과의 관계유지등 종합적인 관리 콘셉트인 ‘가치투자’를 활용해 빌딩의 가치를 올리는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역삼동 건물의 새 단장 전과 후.

최근 이처럼 저평가된 빌딩이 ‘가치 투자’를 통해 몸값을 키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강영식(62ㆍ가명) 씨가 2년 전 62억여원에 사들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1100㎡ 규모의 A 빌딩은 당시 평범한 사무실로 쓰이고 있었다. 강 씨는 5억원가량을 들여 빌딩을 리모델링하고 성형외과 등 의료시설을 유치한 뒤 올 하반기 89억원에 되팔았다. 이 빌딩을 사들인 매수자는 현재 연 6%대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올 초 38억원에 매각된 강남구 신사동 소재 지하 1층~지상 6층, 연면적 660㎡의 B빌딩도 마찬가지다. 이 빌딩을 2년 전 25억원에 샀던 투자자 박모 씨는 “세탁소와 사무실 등으로 쓰이던 빌딩을 새단장하고 상권 분석을 통해 이 지역 인기업종인 미용실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 건물의 연 수익률도 6%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호진 (주)빌딩경영플래너 대표는 “향후 변화할 수 있는 빌딩의 잠재성을 예상해 투자할 경우 시세 차익 증대와 임대수익 향상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에 더해 건물주와 임차인 간 관계가 꾸준히 유지될 경우 이 빌딩의 보이지 않는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며 “이렇게 올라간 빌딩 수익 중 30%는 ‘가치투자’를 충실히 한 결과물이다”고 평했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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