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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서지혜> ‘게임=마약 ’ ? 그들이 반대 서명을 하는 이유
“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으로 규정되면 중동 등 보수적인 국가에 수출할 때 애로 사항이 많다.”

최근 국내 한 게임업체의 해외수출 담당자는 “게임 내용과 관계없이 유해물로 인식하기 때문에 게임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이 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회 보건복지상임위 법안소위원회에서 8일 논의될 ‘중독법(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은 마약ㆍ알코올ㆍ도박과 함께 게임을 4대 중독물질에 포함해 국가가 관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임이 심각한 정신적 장애를 일으키는 중독물질 중 하나라는 것이다.

게임이 정말 마약ㆍ알코올과 같은 중독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일까. 최근 열린 중독법 공청회에 참석한 정신의료계 및 민간단체들은 “인터넷 중독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하면서도, 인터넷 중독을 게임 중독으로 한정할 만한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 미국 정신과학회의 정신 질환 진단 기준(DSM-V)에서도 ‘인터넷 게임 장애’를 추가로 연구가 필요한 상태로 분류하고 있을 정도로 게임과 장애 간 상호 신뢰성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전혀 없는 상태다.

게임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1조원 이상의 수출액을 달성했다.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약 60%에 달하는 수치다. 근거도 없이 수출 효자산업을 청소년 유해물질로도 부족해 중독물질로 낙인찍으려 하니 종사자들이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다.

현재 진행 중인 반대 서명에 열흘 만에 17만명이 지지하는 데 이어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 ‘지스타’에서 상복을 입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일부는 “검은색 옷을 입고 플래시몹(불특정 다수가 한 곳에 모여 특별한 행동을 한 뒤 흩어지는 것)을 하겠다”며 동영상을 공유하고 있다. 이런 이벤트는 지스타를 방문한 전 세계 게임업계 관계자들에게 한국 정부의 게임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무엇이든 지나치게 몰입하면 부작용이 따른다. 게임뿐 아니라 독서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시대에 주요한 여가활동이 된 게임을 마약과 동일시하는 인식이 과학적 근거에 의한 것인지, 기성세대의 고루한 인식에서 나온 것인지 돌아볼 시기다.

gyelove@heraldcorp.com

서지혜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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