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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현대차ㆍ기아차 노조의 엇갈린 선택, ‘응답하라 2009?’
[헤럴드경제= 김상수 기자]현대ㆍ기아자동차의 노사 관계에서 2009년은 두번 세간을 놀라게 했던 해로 꼽힌다. 현대차 노조가 1994년 이후 15년 만에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 내 한번, 기아차 노조는 파업을 강행해 두번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그 해,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고, 그 결과 역시 너무 달랐다. 현대차가 새로운 노사 문화를 이끌었다며 자축하고 성과를 나눠갖는 사이, 기아차는 1조원이 넘는 파업 손실 금액을 떠안았다.

그로부터 4년 후. 최근 유행하는 드라마처럼 ‘응답하라 2009’라도 된 듯하다. 이경훈 전 현대차 노조위원장과 김종석 기아차 노조위원장. 2009년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를 이끌었던 두 수장이 동시에 돌아왔다. 김 위원장은 이미 기아차 노조 대표로 선출된 상태. 결선투표에 오른 이 전 위원장까지 당선에 성공하면 고스란히 ‘2009년 판박이’가 된다.

현대차 조합원의 목소리는 명확했다. 5명 후보 중 강성 성향의 후보 3명이 모두 1차 투표에서 탈락했다. 올해 극심한 노사갈등에 따른 반감이 투표에 그대로 반영된 셈. 중도 실리 성향의 이 전 위원장이 45.4%로 1위에, 중도 합리 성향의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이 19.3%로 2위에 올랐다.

현대차 노조 1차 투표에서 중도성향의 후보가 1위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선거에서 1차 투표 결과로는 중도 성향의 후보가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러나 결선 투표에선 흩어졌던 강성 성향의 표심이 모여 상황이 역전됐다.

올해는 다르다. 강성 성향 후보가 모두 탈락하면서,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현대차 노조의 색채는 달라지게 됐다. 그 중에서도 2009~2011년 3년 연속 현대차 무분규를 이끈 이 전 위원장이 유력한 당선 후보로 거론된다.

기아차는 이미 선거를 마쳤다. 김종석 위원장이 2009년에 이어 다시 노조위원장으로 뽑혔다. 기아차 역사상 노조위원장을 두 차례 맡은 건 김 위원장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강성 성향의 인물로, 2009년에도 기아차 파업을 이끈 바 있다. 기아차가 1조원 이상 파업 손실을 기록한 건 1991년 노조 설립 이후 2009년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격렬한 하투(夏鬪)였다.

내년은 현대ㆍ기아차가 세계 시장에서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유럽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고, 주춤했던 자동차 브랜드가 다시 도전장을 내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현대ㆍ기아차의 지속가능성을 판가름할 시기가 되리란 분석도 있다. 내년을 앞두고 현대차, 기아차 노조는 다른 출발선에 섰다. 여기까진 2009년과 같다. 이번에도 2009년처럼 등을 맞댄 채 달리기를 시작하게 될까. 가는 길은 각자 달라도 결국 같은 결승선을 향해 돌아오게 될까. 이젠 드라마 제목을 바꿀 때도 됐다. ‘응답하지 마라 2009’.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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