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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꽉찬 도크 · 22척 건조…1만8000명 구슬땀
조선 불황타개 선두주자…한진重 필리핀 수빅조선소를 가다
축구장 7개크기 세계 최대 도크
올해만 37척 · 22억弗 3년치 수주
상반기영업익 477억 전년比 두배

月 평균 30만원 낮은 인건비
한국조선 신뢰더해 경쟁력 구축


“반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필리핀에 진출하려는 조선사가 늘고 있습니다. 가격 경쟁력 때문이죠. 그 시장을 7년 먼저 내다본 거죠.”

지난 5일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만난 안진규 한진중공업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필리핀 루손섬 남서부 수빅만에 자리한 수빅조선소의 출발은 안 사장의 말처럼 기대보단 우려가 더 컸다.

2006년 한진중공업이 수빅에서 첫 삽을 떴을 때 세계 조선업은 전례없는 호황기였다. 중국, 유럽 등 해외 진출 경쟁도 치열했다. 이런 때 조선업 기반이 전혀 없고 아열대 기후인 필리핀에 조선소를 짓겠다는 한진의 선택을 업계는 의아하게 받아들였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후 조선업이 고꾸라졌다. 위기에 예외는 없었다. 2009년 4월 2년여 만에 조선소 건설을 완료하며 출발선에 섰던 수빅조선소는 시작과 동시에 불황을 만났다.

설상가상 2010년 영도조선소 노조 파업에서 시작된 노사갈등의 중심에 섰다. ‘영도조선소를 폐쇄하고 수빅을 키운려 한다’는 오해가 회사 전체를 집어 삼켰다.

수주는 뚝 끊겼고 왜곡된 기업 이미지는 나아질줄 몰랐다. ‘승부수가 아니라 패착’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5일 기자가 찾은 수빅조선소는 생동감이 가득했다. 1만8000여명의 근로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도크와 안벽에는 22척의 선박이 진용을 갖추는 중이었다. 5400TEU급 컨테이너선 5척과 해상 호텔을 의미하는 해양플랜트 ‘플로텔(floatel)’ 1척이 도크에서 건조 중이었고 안벽에도 10여척의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축구장 7개를 합쳐 놓은 크기에, 세계에서 가장 긴 폭(135m)을 자랑하는 6도크는 9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폭 약 48m) 두대를 동시에 작업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 주요 조선소의 장점을 벤치마킹 해 설립한 ‘계획조선소’ 답게 공간 배치도 효율적이었다. 두 도크 사이에 자리한 조립공장과 가공공장에서 작업을 마친 기자재들은 가장 빠른 동선에 따라 각각 도크로 운반됐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전경. 마닐라에서 북서쪽 방향 약 110㎞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총면적 90만평, 안벽 길이는 총 연장 3.7㎞다. 5도크와 6도크 등 두개의 도크를 갖고 있으며 6도크는 폭이 135m로 세계 최대 규모다.

수빅조선소는 한걸음씩 도약 하고 있다. 물론 아직 완벽한 회복은 아니다. 2009년과 비교해 매출액은 3조2276억원에서 지난 해 1조9808억원으로, 영업이익은 4609억원에서 286억원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올 해만 37척, 22억 달러를 수주하며 향후 3년 치 일감을 확보했다. 지난 해 286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던 영업이익이 올 해 상반기에만 477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회복됐다. 강재(철판)처리량도 설립 초기 연 6000~8000t 수준에서 현재 3만t까지 약 4~5배 늘었다. 회복을 향한 잰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수빅조선소의 미래가능성도 점차 높게 평가되고 있다. 중국의 인건비가 급상승하면서 중국에서 더이상 가격경쟁력을 실현하기가 어려워졌다.

STX다롄을 포함해 “중국에 진출한 조선사들이 모두 위기에 몰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월 30만원에 불과한 필리핀의 낮은 인건비는 수빅조선소가 불황을 버틴 원동력이 됐다.여기에 ‘한국 조선사’라는 시장의 신뢰감까지 더해져 수빅을 선호하는 선주가 점차 늘고 있다.

안 사장은 “국내 일부 대형 조선사도 필리핀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건비가 이유다. 필리핀에 아직 조선소를 지을 만한 공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경쟁도 증가될 것으로 본다.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휘중 수빅조선소 기획관리부장은 “수빅조선소는 대형상선 및 해양플랜트, 영도조선소는 중형상선 및 특수선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효율성을 높인 글로벌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수빅(필리핀)=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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