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57년간 글쓰기 최전선 지킨 이어령의 삶과 언어
창조의 아이콘, 이어령 평전
호영송 지음
문학세계사
이어령이란 큰 산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1956년, 24세에 문제작 ‘우상의 파괴’로 등단한 이후 57년 동안 문학의 영역을 넘어 활동가로서 사회현상과 전망을 새 언어로 규정하고 열어온 그의 삶과 저작물을 한 그릇에 담아내기 어려운 까닭이다. 작가 호영송은 다초점 렌즈를 통해 비평가이자 작가ㆍ에세이스트ㆍ칼럼니스트ㆍ문화기획자ㆍ장관, 나아가 신앙인ㆍ사상운동가로서의 이어령을 실증자료를 갖고 차근차근 조명해나간다.

이어령 평전의 이름을 달고 나오기는 이 책이 처음으로, 오랫동안에 걸친 자료 수집과 3년6개월의 집필과정을 거친 수고로움과 충실함이 엿보인다.

저자는 이어령의 특징을 1950년대 중반이나 지금이나 거의 변함없는 적극적이고 도전적이며 민첩하다는 점을 든다. “글 쓰는 일에 관한 한 양보 없이 일선을 지켜온 러너”라는 평가다.

이어령의 삶의 궤적과 문학작품을 병렬시키며 써 내려간 평전에서 특히 저자가 공을 들인 부분은 ‘축소지향 일본인’이 갖는 의미다. 그는 “스마트폰 생산 기술이나 텔레비전 생산 분야에서 한국의 산업이 일본의 산업을 추월했다든가 하는 것보다도 더 큰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힘을 싣는다.

베스트셀러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는 일간지에 5단 통 광고를 낸 첫 사례. 신문 칼럼을 모은 이 책으로 이어령에게는 ‘문학가라기보다는 저널리스트’라는 평판이 붙었다. 1960년대 이어령은 평론에서 소설과 에세이로 확장해 ‘장군의 수염’ ‘무익조’ ‘전쟁 데카메론’ ‘환각의 다리’ 등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1972년 문학사상을 창간, 1985년까지 13년간 이끌어 오며 문화권력 속에 안주하거나 계파를 만들지 않은 지식인, 모국어에 깊이 천착한 언어의 마술사, 마이크의 달인, 딸에 대한 사랑과 절대자 앞에서 실존적 갈등을 보이는 신앙인, ‘생명자본주의 운동’에 헌신하는 이어령의 여러 모습을 만날 수 있다. 60여년 문화의 시대를 주도해 온 이어령으로 가는 길을 이 책을 통해 얻게 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