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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낡은 '고서' 둘러싼 진기한 이야기
한문학자 장유승의 <쓰레기 고서들의 반란>
[북데일리] “희귀한 고서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반면, 쓰레기 고서는 지금도 찢기고, 불타고, 썩고, 버려지고 있습니다. 저도 단지 쓰레기 고서들에게 조금 나은 대접을 해달라고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쓰레기 고서들의 반란>(글항아리. 2013)의 저자인 한문학자 장유승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의 집필 동기다. 쓰레기 고서를 다루고 있지만 내용은 매우 인문적이다. 보잘 것 없는 재료로 뛰어난 요리를 만든 형국이라 할까. 고서적 뭉치들을 하나하나 분류하고 새롭게 그 역사적·인류학적·독서사회학적 가치를 매긴 작업의 결과물인 것이다.

책은 여러 고서를 다루고 있는데 그중 먼저 눈에 띄는 책은 <백미고사白眉故事>다. 글을 지을 때 인용할만한 고사들을 주제별로 모아놓았다. 글을 쓰는 이들은 소위 글쓰기 재료가 필요한 법인데, 옛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고서 중에는 ‘과시문’에 대한 책이 상당수다. 과시문은 과거시험문제 정도로 풀이 된다. 지금 수험생들은 몇몇 유명 출판사에서 만든 참고서와 문제집을 본다. 그렇지만 조선시대에는 그런 출판사가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과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자기 참고서와 문제집을 직접 만들어 봤다.

시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책에 따르면 조선 선비가 한 평생 지은 시는 엄청나다. 많이 지은 사람은 수만 편을 지었다는 기록이 있다. 웬만큼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의 문집에는 수백 편에서 1000편 정도의 시가 실려 있다. 게다가 평생 지은 글의 절반 정도는 시다. 고려시대 문집 가운데 가장 분량이 많은 것은 이색(1328~1396)의 <목은집>. 총 55권인데, 이 가운데 35권이 시다.

저자는 머위대 껍질을 벗기듯 고서에 내려앉은 묵은 때를 벗겨내서 책의 주인이 간직했던 휘황찬란한 꿈을 찾아낸다. 동시에 사람들 손을 타며 우측 하단의 침 묻은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고 이미 출판된 종이의 뒷면에 필사해 내려간 책들의 운명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고서 오디세이’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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