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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아파트도 인기…경매‘고공행진’
평균 낙찰가율 80%대 돌파
2년4개월만에 최고치 기록
경매시장 상승세 지속은 글쎄


지난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5계. 성북구 길음동에 위치한 전용면적 59.94㎡형 삼부아파트가 경매에 나왔다. 감정가 2억5000만원인 이 아파트는 이미 한차례 유찰돼 입찰 최저가가 2억원으로 떨어졌다. 12명의 응찰자가 몰렸고 치열한 눈치작전 끝에 2억4051만원의 입찰가를 적어 낸 이모씨가 주인이 됐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6.2%를 찍었다.

수도권 주택 매매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경매시장은 분위기가 다르다. 10월에도 응찰자가 몰리고 낙찰가율은 고공행진하는 등 갈수록 뜨겁다.

31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10월(1~30일 기준) 법원 경매시장에 나온 수도권(서울ㆍ경기ㆍ인천)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82.3%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올해 통틀어 처음 80%를 돌파한 것으로 2011년 5월(82.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경매시장에서 낙찰가율이 80%를 넘어서는 것은 일반적으로 부동산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클 때다. 

10월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이 2년4개월만에 최고가 낙찰가율을 기록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입찰법정에 입찰자가 몰려 있는 모습.

수도권 아파트 경매 건당 평균 응찰자수도 7.4명으로 올해 월별 평균(6.3명)을 가뿐하게 넘어섰다. 그렇다고 낙찰건수가 적은 것도 아니다. 10월 수도권 아파트 경매건수는 2728건으로 올해 4월(2733건)을 제외하면 월간기준 최고다. 이들중 1146건이 새주인을 만나 42%의 높은 낙찰률(경매건수 대비 낙찰물건 비율)을 보였다.

눈길을 끄는 것은 중대형 아파트까지 사람들이 몰리면서 낙찰가율이 오르고 있다는 것. 10월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79.4%로 한달새 2.8%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전용면적 130㎡초과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6.2%포인트 올라간 75.9%를 찍었다. 2011년5월(76.3%) 이후 최고점이다.

대형 아파트 경매에도 응찰자가 몰리고 있다. 10월 130㎡초과 아파트의 경매 건별 평균 응찰자수는 5.7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0년 1월(6.1명) 이후 3년9개월만에 가장 많은 응찰자다. 지난 14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진행된 광진구 광장동 힐스테이트 130㎡형 경매의 경우 7명이 응찰해 감정가(11억3000만원)의 94.1%인 10억6299만원에 낙찰됐다.

박미옥 법무법인 메리트 경매본부장은 “최근 중대형 가격이 많이 떨어지면서 중소형과 가격 차가 줄어들자 ‘갈아타기’ 수요가 중대형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매 전문가들은 수도권 경매시장이 이렇게 활기를 띠는 것은 8.28 대책 이후 부동산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경매시장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최근 나오는 아파트 경매 물건은 3~6개월전 주택시장 침체 분위기에서 감정했기 때문에 감정평가액이 낮다”며 “낙찰가율이 다소 올라가도 시중보다 쌀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8.28 대책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경매시장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매시장의 상승세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최근 하락세로 돌아선 매매시장이 경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매매시장이 침체되는데 경매시장만 나홀로 활기를 띠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경매에서는 매매시장의 급매물보다 싸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분위기에 따른 ‘고가입찰’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도 “11월 국회에서 8.28 대책 관련 후속 입법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취득세 인하 등 관련 입법이 예정대로 되지 않으면 경매시장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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