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불황의 늪에 빠져들었던 글로벌 해운업계가 올 들어 끝없이 밀려드는 기록적인 투자 행진에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해운업이 경기 흐름의 부침을 판가름하는 잣대라는 점에서 현재 업계 투자수요의 상승 추세는 결국 세계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전 세계 해운업에 대한 글로벌 사모펀드의 투자가 올 들어 27억달러(약 2조8669억원)를 돌파하는 등 기록적인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해운 컨설팅업체 마린머니의 집계를 인용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금껏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 2011년의 34억달러를 바로 턱밑까지 따라온 것으로, 현재의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연말이면 기록을 아예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지난 2008년 금융위기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해운업에 투자한 사모펀드의 자금이 연평균 17억달러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는 세계 경제 회복에 베팅한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잇따라 해운업에 투자금을 대고 있기 때문이다.

칼라일, KKR, 오크트리 캐피탈 매니지먼트 등 사모펀드 큰손들은 올 들어 수천∼수억달러 규모의 선박 투자 펀드를 운용하며 투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운업은 무역물류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산업인 만큼 세계 경제의 변동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각국 경제와 무역이 위축되자 해운업이 큰 타격을 입은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해운 투자의 호전은 글로벌 경제가 완전히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서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 침체로 뜸해졌던 신규 선박 발주 규모가 투자금 유입에 힘입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로 사모펀드를 포함해 벌크선, 컨테이너선, 탱커선 등 신규 선박 건조에 투자한 글로벌 자금은 총 326억달러(약 34조6147억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항만터미널이나 선박 대여업 등 기존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밀려나있던 부문에까지 자금이 쏠리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그리스 선박업체 코스타마레사의 그렉 지코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사모펀드 투자 증가는 해운업계가 저평가됐을 때 투자해 (세계 경제가 회복된 시점에서 되팔아)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